장독대 장독들은 중년으로 세월을 밴 뱃살이 두둑하다 장 담그던 손은 멀리 갔어도 오래된 자장면 빛은 정좌하고 있다 원색 고추 구름 띄워 금방 맛 든 내 나이보다 많은 세월의 곰삭음에 초대받지 않은 흰 곰팡이가 만드는 외연 처마 밑 화학적 풍경에 잦아던 으스름한 달빛은 놀라 도망가고 세.. 시 2009.10.08
파도 파도 詩 통이 큰 아가리에서 언제나 큰 혓바닥으로 낼름거린다 맷돌이 소금을 찍어 깊은 곳에서 뿌리지만 수평선이 던지는 유혹에 이기지 못한 배는 멀리 떠나고 눈물도 한숨도 단숨에 삼키며 허연 속살 드러내고도 낄낄거리며 대신 노폐물 토해낸다 언제나 돌아올 희망 안고 되돌아 올 또 다른 잔 손.. 시 2009.09.29
나무 나무 詩 대지의 혼으로 내공 쌓는다. 오랜 세월 터득한 인내 면벽한 달마로 언제나 이타행 누구처럼 말도 없다 옷가지 다 벗기고도 춥지 않다 새들에게 놀이터 사람에게 쉼터 베푸는 진정한 기부자 이름 없어 명예도 싫다며 호랑이 가죽 남기기도 싫고 몇 천년을 침묵으로 말 많은 호피사이엔스 내려.. 시 2009.09.25
가을 가을 詩 소도둑이 나무 대문 소리 없이 열듯 대문간 양철 바께쓰는 요란하게 굴러다니는 발없는 이치 처마 밑 햇빛은 속곳 이 잡는다 세상의 강한 실세 채홍사로 겨울바람 앞에서 삽작 나무사이를 빠져 나가는 오지랖 귀신 잡는 힘으로 온 산을 새빔으로 갈아입히고도 사람 마음 어지럽히는 재간에 녀.. 시 2009.09.15
담쟁이 담쟁이 詩 김용엽(남해향토역사관 관장) <사진출처> 필자사진; 남해송정리 돌담과 담쟁이 작은 발톱으로 온몸을 이고 속세 살 수 없다며 등 터진 노송 껍질 사이를 기어오른다 수천 부하를 거느린 여린 앞잡이는 아프리카 들개 대장처럼 그 외진 곳을 타는 갈증으로 잘도 넓혀가는 땅 한 줌 아파트.. 시 2009.09.09
코스모스 코스모스 詩 김용엽(남해향토역사관 관장) <사진출처 : 필자사진> 서늘함이 공간을 채우고도 남아 아스파라거스같은 잎새 사이에서 꼭꼭 숨어있다. 자동차 배기 속에서도 스스로 유복자 잉태하여 인생을 곡하면서 정분난 벌들 유혹에 이슬 맞으며 그래도 댕기머리 풀며 시계바늘 침으로 정조를 .. 시 2009.08.31
석류 알갱이들의 아우성에 그만 배가 터지고 벌어진 입에 빨간 루즈 묻었다 범접 허용 않던 가시돋힌 절개 고추 빻는 절구통 옆에서 대롱 긴 꽃 피우니 연신 인사하는 몸 무거운 임신부 달도 차기 전에 붉은 페인트 쏟아 부을 태세에 씨 다른 자식들 배속에서 종알 거린다 알고보니 놀라 도망.. 시 2009.08.30
가지 나락이 어른 키만큼 자라면 여름의 뙤약 빛 햇살에 잎사귀 그늘에서 은밀히 교접을 허용하고 자주색 온몸에서 혹이 돋아 꿈틀거린다 해당화 같은 슬픈 이야기 뭇사람에게 남기며 자투리땅에 가을바람이 찾아오면 두꺼운 외투 속의 연한 입술로 비아그라 먹은 실한 열매 소쿠리 옆에 끼.. 시 2009.08.30
고추잠자리 선혈이 낭자한 온몸은 너무 잔인하다. 더위 죽이는 고독한 살인마 그가 몰고 온 공포극 서늘함이 처마 끝에 달려있다 시든 고춧잎 사이에서 몰래 외도하며 익힌 붉은 열정 근접하기 힘들어 손이라도 대면 뜨거워 불쏘시개 마른 잎 불붙을까 노심초사 가을나그네의 부추김에 온몸 공중부.. 시 2009.08.27
도라지 꽃 10월 산속에서 향사하는 노인들 흰 두루마기 누울 자리 부족한 밭언저리에서 소매 없는 엷은 옷에 비치는 보랏빛 C컵으로 바둑알같은 차별성은 10대조 선조 혼백같다. 기나긴 기다림에 익숙한 흰 별빛 진한 색으로 머리 염색 잘도 하고 솔 그늘에 다이어트한 상투 영원한 사랑도 모자라 저.. 시 2009.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