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詩
대지의 혼으로 내공 쌓는다.
오랜 세월 터득한 인내
면벽한 달마로 언제나 이타행
누구처럼 말도 없다
옷가지 다 벗기고도
춥지 않다
새들에게 놀이터
사람에게 쉼터
베푸는 진정한 기부자
이름 없어
명예도 싫다며
호랑이 가죽 남기기도 싫고
몇 천년을 침묵으로
말 많은 호피사이엔스 내려보는
난 그래서 나무다
귀는 있어도 입이 없다
손이 없어 불법전입도
돈이 없어 땅투기도 못하고
붙박이로 겨울이면 나체로
그래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 득도
월하수목 네번째지만
가끔 투기꾼이
내가 가꾼 영역 채 팔아넘긴다
집도 절도 없지만
철마다 보시로 스스로 만족하며
항상 즐기는 동안거
하늘로 솟은 땅의 메신저로
바람따라 일렁인다.
2009.09.25 16:53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