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책향1 2009. 8. 30. 12:25

 


나락이 어른 키만큼 자라면

여름의 뙤약 빛 햇살에 잎사귀 그늘에서 은밀히

교접을 허용하고


자주색 온몸에서 혹이 돋아 꿈틀거린다

해당화 같은 슬픈 이야기 뭇사람에게 남기며

자투리땅에 가을바람이 찾아오면


두꺼운 외투 속의 연한 입술로  

비아그라 먹은 실한 열매

소쿠리 옆에 끼고 수건 머리에 두른 여염집 아낙 놀라게 한다


소식 없던 옆집 처자 늘상 그리워

메밀꽃에 걸린 저녁달과 당산나무에 걸친 금줄 고추에게

근황을 물어 보고 싶다



헤진 지주대 정수리에 앉은 잠자리 날개 짓에

갈 곳 없이 펄럭이는 떨어진 비닐이

아기 울음 같은 문풍지 소리 낼 때



해탈하는 가지는 자주 빛 더하는 화장 

쉰 목소리로 하염없이 절규하는 욕망으로

미끈한 S라인 몸매 요염하게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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