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뎅이 아무리 힘이 장사라도 제 껍질은 이기지 못한다 이슬 같은 나무즙 한 방울에 목축이고 장맛비에는 몸 사린다. 아니 온 몸으로 나뭇가지 움켜잡는다. 투구가 너무 무거워 느릿한 걸음은 문지박 위 등잔 그림자로 세월을 내공으로 쌓아두며 가없는 세상을 관조한다. 외박 흔적을 지우지 못.. 시 2009.08.15
질경이 질경이 질경이는 노숙자다. 차 다니는 아스팔트에서도 옥상 위 콘크리트에서도 보도위에서도 틈만 있으면 정처 없어도 끈질긴 삶을 연명한다. 차비 한 푼 없이 깨진 소주병 사이에서 말라붙은 껌처럼 납작하게 몸 낮추고 떠나지 못하는 몸 뿌리 없는 족보랄까 봐 실한 인연을 대지에 박는다 비 오면 한.. 시 2009.08.09
바다가 쓸고간 아이 쪽빛 바다가 원망의 바다로 일렁이는 흰 포말 사이로 아무리 아이를 찾아도 없다. 하늘도 바다도 이 아이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둠 속의 바다는 해변가에 둔 소줏병에 말없이 담기고 있었다. 아침먹고 용돈달라 하고 나간 중2가 이제 그 자취가 없어 .. 시 2008.07.20
아쉬움 - 아쉬움 - 가물 가물거리는 너의 자태는 왜 이리 현현하지 못 하는가 여러 갈래로 마음의 정적에 숨어있는가 정정무구 정심(靜心)으로 와서 방황을 부르고 미어져서 홀씨처럼 흩어져야 하는가, 상념 속에서 무언의 힘으로 노을 진 동산만 바라보게 하고 이 찢어지는 아픔만을 가져야 하는가 네가 자신.. 시 2008.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