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자 뱀이 혓바닥 내밀듯 좁고 긴 몸으로 넓은 세상을 재단한다 번쩍이는 캘리퍼스나 전자 자는 태생이 다르다 노가다 옆구리 작은 집에서 와신상담 어제도 오늘도 혓바닥 낼름거리며 세상 냄새를 맡는다 늘 좁고 긴 몸으로 똬리 틀고 앉아 날씬한 몸매 자랑할 기회 엿 보고 있다. 시 2011.01.26
빈방 빈방 쌀가마니가 대 여섯 개 포개져 있고 그 사이에 소주 댓 병이 술잔을 뒤집어 쓴 채 있고 소금 안주는 투바리에 담겨 있다 벽에는 색 바랜 신문과 국회의원 후보의 한 장짜리 달력이 붙어 있다. 공비가 잡히고 구호만 허황한 고향 산이 누워있다 흙 구들 틈에서 새어나오는 최루탄만큼 .. 시 2011.01.05
눈 내리는 유배문학관에서 겨울의 깃털이 쌓인 광장에서 푹푹 깊은 자국 남기며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고 싶다. 탱자나무는 서로 시린 가슴 비벼가며 의지하는데 그 사이 토담집 구멍 난 봉창에서 보이는 따스함에 이끌려 먼 곳 그리움에 몸서리 친다 마른기침 소리 나는 도시를 지나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그리.. 시 2010.12.30
창녀의 비명 창녀의 비명 오르가즘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 그녀는 시궁창 같은 질로 영리를 추구한다 키스도 허용 않으면서 혀는 잘도 구사하며 깔려서도 껌을 씹지만 진한 화장 속에 감춰진 회음부 숲에서 그녀의 속내가 낡은 녹음기 소리로 요란했다. 책향 2010.09.19 11:56 시 2010.09.19
첫사랑 첫사랑 시골버스 타기 전 돼지 같다는 말이 38년이 지난 시간에도 왜 머리에 맴도는지 모른다 내가 돼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엉덩이 부분이 떨어진 쑥색 하복이 못내 부끄러웠다 이웃집 나이 많은 누나 오늘도 바지 좀 다리지 그래서 숯불 날려 빵꾸 나는 후라이판으로 내 마음의 가지.. 시 2010.09.14
아까징끼 아까징끼 봉숭아 물보다 진한 너는 된장보다 큰 위력으로 술내 나는 아버지 입에서 튀어 나왔다 피보다 진한 색으로 따끔한 맛으로 상처를 거느리며 그 상처보다 더 잔인하게 보였다 이제 이름도 가물가물한 녀석이 좌익이었던가 가을들판 누런색보다 진한 노을색으로 정신무장은 했지만 잉크색 우익.. 시 2010.09.04
수박 어머니가 동태 내리치던 정지 칼로 수박 배를 가르면 옆집 영순이 얼굴 파리 똥 같은 씨들이 튀어나오고 어느새 허연 배때지 들어낸 깨진 초승달들이 쌓이면 반쯤 닳아진 누룽지 숟가락 잡은 입맛 없단 어머니는 사카린 찾는다 마루에 흘린 붉은 물을 형의 헤진 사리마다로 만든 걸레로 .. 시 2010.08.19
달맞이꽃2 달맞이꽃2 양지가 싫어 소금에 절여진 청상은 은은한 달빛으로 살아가는 야행성 희미한 빛에도 이파리 세우고 조신하는 향내 진하다 달빛 모아 진한 노란 적삼 지어내고 연신 고개 끄덕이며 달맞이하는 늘 수줍은 달맞이꽃 2010.08.17 11:25 남해 시 2010.08.17
달맞이꽃 처연한 달빛 보려고 여인 속살 향기로 존재감을 알리며 술 취한 사내들 오줌 누는 길에 서있는 노란 LED등 감마리놀렌산 진하게 뿌린 거리의 여인으로 어두운 길섶에서 나그네 어깨 짓누르는 삶의 무게에 쉬었다 가세요 오늘 따뜻한 방 있어요. 시 201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