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 찔레꽃 미안해요 비단 이불에 오줌을 눠서 구중궁궐 고운 이불에 볼품없이 아무데서나 엉거주춤 알리지도 않고 피어났고 조용히 떠납니다 천하게 태어났지만 비단보에서 떠나는 난 분명 왕손이 틀림없지요. 시 2010.05.04
철쭉은 철쭉은 뱀이 겨울 잠 자듯 서로 부둥켜 안고 고난을 나눈 가지 봄비에 간지럼 태우는 햇빛에 그만 이기지 못하고 선홍빛 춘정을 토한다 움트기로 우주를 헤치는 혼자만의 뱀독 오른 외침이 온 산을 물들이지만 그래도 잡지 못한 봄바람을 못내 아쉬워한다. 2010.05.04 15:17 남해 시 2010.05.04
어떤 희생 감자 싹이 육중한 몸에서 길트기를 한다 힘들어 하는 여린 싹을 유도 분만하려니 공기를 가로지르며 비명을 지른다 온 몸을 제왕절개하여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새싹이 공기를 호흡하며 세상을 움켜쥐고 큰 몸둥아리를 거름으로 삼는다 부모들처럼 아무 말 없이 사라지듯 큰 태동에 썩어.. 시 2010.04.27
촉새 이름조차 아득한 고향 논에 벌써 무성한 보리 고랑 사이에서 왕성한 번식력으로 여성스런 그가 독새풀로 불리는 그가 그리운 건 종달새 울음과 소꼴 소쿠리, 봄날 곰배에 묻어나는 먼지가 순전히 이산가족처럼 보기 힘들어서다. *촉새(쏙새,똑새)는 표준어로 새의 일종이지만 경상도 방.. 시 2010.04.18
목련 홑청같은 종이로 감싼 호롱불이 꽃샘추위에 파르르 떨고 있다 황사 자욱한 오솔길 곁에서 꾀죄죄한 흔적지우는 비에 시린 이파리 입덧하기도 전 떠나간 영혼 같은 불빛 밝히는 여심 이슬 머금은 얼얼한 이별의 아픔을 깨고 나오는 여린 저항의 손은 처녀임신 겨울지낸 널어둔 이불 호청 .. 시 2010.03.21
분재 꽃잎처럼 여린 나뭇가지 젖 먹던 힘을 다해 외치고픈 오만방자 현실에 순응을 강요하는 이기지 못할 폭력 철사줄로 비틀어진 척추 고요속에서 터지는 아우성 평생 길들여진 육신에 도리어 편안한 자유 인내로 내재된 순응의 아름다움으로 누구의 슬픔 나누고 있다 떠들썩한 세상 견디며.. 시 2010.02.13
흔적 대문이 쿵쾅거리며 화를 낸다 양동이 굴러다니는 소리가 쥐약 먹은 개꼴이다 취객이 지나가다 오줌 싸려나 비닐봉지 날려 다니는 소리 쿵쾅 대는 문짝 세워둔 빨랫대 넘어지는 화난 소리 싸움도 그만 둘 때인데 시정잡배의 격한 비명에 문 열고 보니 손도 발도 없는 바람 짓이다. 시 2010.02.11
박꽃 먹빛 자리 깔고 흰 옷 갈아입는다 어스름한 달빛에 소복으로 감춘 과거를 속삭이다 옆에 선 TV 안테나와 마주하며 어디 기어오를 길 고사리 손으로 바가지 긁는 마누라 볼까 봐 얼굴 감추고 밖에선 새지 않으려 견고함을 더하는 시간 마저 떨어져 간 배꼽에 달라붙는 때 벗기려 발버둥 친.. 시 2009.12.25
은행나무2 여기저기 똥 싼 흔적이 거미줄에 걸린 이불 펴고 있는 잔디밭 언저리 낡은 갓 쓴 할배 담뱃대로 맞은 자욱 시퍼렇게 나 칠 일어난 호마이카 상에 지친 회화나무 젓가락처럼 가지런히 누웠다. 관속의 유물에 든 햇살에 색 바랜 밥보자기 속의 식은 밥에 조개 국 돌 씹히는 고통을 참는 할배.. 시 2009.10.30
은행나무1 노란옷으로 갈아 입은 옷은 수 천 년 빗살 무늬로 질그릇에 나타났다 세파 조롱하는 역겨운 냄새 자아 보존 기전에 충실한 역할이 고려 동경의 녹처럼 묻어난다 바닷가에서 이성잃은 듯 혼자 서서 염문 풍긴 증거 손등이 튼 줄기에서 대지를 철없이 여기저기 똥칠하며 짠 수액으로 바람 .. 시 200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