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봄 어설픈 봄 어머니가 저녁하며 깔고 앉았던 몽당 빗자루 아궁이에 밀어 넣고 지난해 가을 채반 밑에 두었던 두건으로 몸을 탈탈 털고 풀 먹인 이불 홑청 속 들어가게 하는 꽃샘추위 햇살이 포롱거리는 돌담 밑에서 간추린 짚으로 이엉 엮는 봄볕에 이 잡는 할머니 손등타고 무두질하는 여.. 시 2016.02.28
금산계곡 금산계곡 낙엽도 풍경 닮아 소리내던 금산계곡 알몸으로 산발한 채 서있던 가지에도 더듬더듬 낯가림 하나 어느 듯 마재기 봉알만한 어린 봄이 누빈다. 2016.2.27. 15;35 남해읍에서 시 2016.02.27
망운산 철쭉 망운산 철쭉 엄장이 큰 그는 말이 없어도 바다가 윽박지른 힘찬 필법에 버릴 건 다 버리고 퇴고해버린 욕심 많은 진채 수묵화 한 장 나중에 남해 현령과 막걸리 마시며 소유권을 다투어볼 참이다 망운산을 내놓기 싫으면 술 취한 얼굴로 덤빌 참이다 그것도 싫다면 지적도 경계를 넘어 공.. 시 2016.02.26
섣달그믐 섣달그믐 세찬 바람 손사래에 맨몸으로 우는 감나무 밑 자치기 하다 지면 떡국 열 알 빚지는데 맨발로 달려와 낭랑하게 구름에 가려 그만 눈썹 쉰 떡국 닮은 달이 문풍지에 울며 그린 으스름한 자국. 2016.2.18. 21;00 남해읍에서 시 2016.02.18
상주해수욕장 상주해수욕장 저기 하늘과 연이어 푸른 눈썹 아래 나무섬은 망막에 남은 눈곱일까 엄한 바람이 윽박질러도 은은한 보리암 종소리는 여북하랴 미조행 버스 힘주어 오르는 공동묘지에서 오늘도 겅중대며 오는 푸른빛에 젖어 오르는 햇빛 타고 길도 없이 잦아드는 물결은 금천을 늘 반갑게 .. 시 2016.01.31
먹자골목 먹자골목 태양을 훔쳤나 건조한 도마 위에 중후한 경전이라도 새기는 줄 알았지 가시 같은 독설도 가슴 속 핏발 선 욕망도 붉은 피를 요구하는 거야 우럭 너의 피 죽이기 위해 살아가는 목탁소리를 술시마다 무거운 발길 끌고 오면서 치부를 드러낸 채 널브러진 쓰레기봉투 위에 까닭 없.. 시 2016.01.24
상주바닷가 상주바닷가 시퍼런 물의 아우성처럼 분기탱천해 보라고 보리암 부처님은 늘 말했지 봄의 한나절 쓸쓸히 펄럭이다 안개처럼 잦아지는 금산의 종소리 같은 그리움의 미립자 물비늘로 뜨고 그래 그렇지 하며 가슴 치는 파도 노란 물봉선 지레 피는 타는 속 다 감추지 못해 퍼렇게 멍든 하늘 .. 시 2015.12.28
실수 실수 서천에 김시인을 만나러 간 날 나팔바지에 기타나 울리던 그를 만나 라면땅에 깡소주 너댓병에 과실주 한 솥을 다 퍼마신 날 밤 새벽 두어 시 목이 말라 마당의 뽐뿌 물로 겨우 목 적시고 들어와 누운 방 해가 뒷산에 얼굴 내민지 한 참 뒤란에서 여물 싸리는 소리에 눈을 겨우 뜨니 .. 시 2015.12.21
겨울 상주해수욕장 겨울 상주해수욕장 푸른 물결 넘실대며 날개를 펼치라던 승용차 서 너 대가 서 있는 번영회 사무실 앞 물메기 꿈을 안고 더 멀리 비상하라고 상주리 바닷가 소나무는 말했지 여름의 아우성이 낙엽으로 뒹굴고 발에 모래 묻힌 사람들이 북적이던 화장실엔 정적만이 느껴져 지붕 위 돌고래.. 시 2015.12.18
상주해수욕장 상주해수욕장 간절한 쪽빛 쟁여둔 맑은 물에 씻기운 미인눈썹 마을 끝자락에 누워 보리암과 눈 맞추는 그대 입술연지 바른 해당화 그들은 다 떠나도 기념 소인 찍힌 엽서라도 솔바람에 부치는 날 겹시름 너 댓 근 쑥국새 목이 쉬도록 밤새 울었지. 2015.12.16. 14;32 남해 상주에서 시 201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