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랑(螳螂) 가을도 저 혼자 저리 등 돌린 채 깊어만 가는 숲속 부채살 햇살 등에 업고 초록으로 동화한 상접한 피골에 부라린 겹눈 생사를 다투는 외줄타기에 어금니로 무장하고 든든한 창을 쥔 관음장 숲속으로 난 마음 속 깊이 새겨진 아린 길 제짝을 흔적도 없이 잡아먹고도 다시 이승 저승을 넘.. 시 2015.10.04
서말가오지 손 모내기하면 자갈들이 뾰족한 송곳으로 찔러대고 물을 대면 홀쭉하게 잘도 빠지던 얼레미 같이 헐렁하던 논배미 느린 시간을 눈물로 반죽해서 물꼬 잘 만들 필요도 없고 키타진입제도 벌벌 떨던 이화명충 멸구가 왕성한 식욕 발휘하며 날뛰고 근사미에도 큰 소리 치던 방동사니 모두 .. 시 2015.10.03
초겨울 수국 대궁 홀로 선 까꾸막 고춧대 옆 찢어진 비닐 펄럭인다 고랑에 몇 포기 남은 늦 배추 치마끈 동여 맨 어머니 모습 짧아진 햇살 타고 바동거리며 보리 고랑 넘나들던 까칠한 하늬바람에 방한복 걸친 마당 수도꼭지 봉창 바람구멍 여미는 찬 서리. 시 2015.10.01
꽃무릇2 그리움도 가슴에 담으면 붉을까 조석으로 바람이 찬데 온몸이 꽃대 가지도 잎도 없이 오로지 한 마음으로 타올랐다 곧 서리 내리면 아쉬운 그 맘은 어디에 감출까 시 2015.09.26
구들 청소하던 날 서녘 하늘에 감 홍시가 걸리던 그날 건너 마실 아저씨는 짐차 자전거 짐칸에 나무 궤짝 같은 큰 풍구와 옆구리엔 잎사귀가 몇 달린 기다란 대나무 두어 개를 대장 내시경 장비처럼 갖고 왔다 애들은 물렀거라 어머니는 개다리소반에 우물물 얹고 연신 부뚜막을 향해 빈다 한 바지게 가량.. 시 2015.09.24
차 끓이는 여인 보이차색 물든 저녁이 몰려든 그날, 잘 익은 감 빛깔 볼을 지닌 여인이 맹물에 예를 불어 넣고 있다 하루의 체증을 내리려는 모르는 이를 위해 펄펄 끓는 정성이여 이뻐라 포트 든 여인의 뒤태. 시 2015.09.23
쌍계사 가는 길 섬진강대로 길섶 물안개 헤치고 성속의 갈림 길 옛사랑 같은 화개장터 꽃무릇 실비 되어 잠든 저 개울 바닥 속살을 헤집는 시배지의 차향은 산고랑을 타고 해탈의 길 알린다 쌍계천 뚝길 위 아이들 서넛 갓 잡은 은어 수박향 목소리 쌍계사는 멀었나요? 반야교 지나 한 두 마장. 시 201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