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비빔밥 손등에 핏줄이 들어난 상추도 목이 빳빳하던 콩나물도 머리 푼 미역도 온몸이 조각난 무도 붉은 열정으로 산 당근 수행만 하다 온 고사리 어두침침한 뒷골목을 휘어잡던 표고버섯 서로 몸을 섞고 부대끼며 그릇 속의 삶이 다른 아우성 욕심과 자만, 시기, 아집을 포용하는 고추장 .. 시 2016.04.02
튤립축제장에서 튤립축제장에서 겨울 내 앓던 흙 묻은 뿌리의 끝 이 악물고 참았던 물들인 무명치마 터졌다 도대체 어떤 약속이 있었나 나그네 봄바람과 2016.4,2, 12;03 남해읍에서 시 2016.04.02
빼뿌쟁이 빼뿌쟁이 삽짝 옆 담장 밑에서 야윈 빼뿌쟁이 하나 아프지만 짙푸름은 언제나 나 안에 있다며 주저앉아 새겨진 짓눌린 고된 삶 머리 풀어 돌아보면 늘 기다리며 지우며 저 혼자 여물어 가는 결코 해깝지 않을 그 실하고 말간 뿌리. 2016.3.28.10;51 남해읍에서 시 2016.03.28
무 무 한 때. 하늘이 노랗고 땅이 벌떡 일어설 무렵 손톱으로 껍질을 까고 들어난 하얀 속살로 허기를 달래던 알통이 튀어나올 듯 짙푸른 무들 지금쯤 양지바른 언덕에서 저녁 짓는 연기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까 가끔 보고 싶어지네 그 실하던 가난이. 2016.3.18. 16;03 남해읍에서 시 2016.03.18
무에게 무에게 다락밭이 햇살에 익어가던 무렵 파란 부분이 불쑥 돋아 유난이 단 부분이 많아 보이던 네가 손톱으로 껍질 벗긴 하얀 속살로 그렇게 배곯은 내장을 요동치던 매운 맛은 무시방귀로 날아간지 아마 오래지 여직 반듯하게 잘린 흰 무가 엄마 젖 같이 달콤한 것은 밭주인에게 들켜 무 .. 시 2016.03.18
움트기 움트기 조용히 한지 바른 봉창에 침으로 구멍내는 소리로 세침한 봄이 오고 짜다라 크지도 않던 봄바람이 잡은 가지에 매듭 지니 뉘라도 까닭 없이 눈물 한 방울 맺히는 것. 2016.3.17. 15;35 남해읍에서 시 2016.03.17
백련사동백 백련사동백 백련사 오르는 길 두터운 푸른 외투 여밀고 다 못 비춰오는 햇살 간지러워 건너온 겨울과 봄 사이의 먹먹한 마음 제쳐두고 김치국물 쏟아진 듯 대추차가 쏟아진 듯 유혈이 낭자한 혈서 쓰듯 그만 목을 놓고 꽃지짐을 놓았네. 2016.3. 17 12;19 남해읍에서 시 2016.03.17
복수초 복수초 잿빛 대지에 괭이도 못 팔 저 얼음장을 들고 선 거대한 옹알이 저 노란 언 손이 서성이던 봄의 담금질 아쉬운 햇살에 혈서 쓰듯 사랑한다는 몸부림. 2016.3.14. 11;52 남해읍에서 시 2016.03.14
경칩 경칩 눈발을 삼키던 돌담 위 봄바람이 지나가고 겅중대는 비에 무논에 물이끼 번지니 기어코 마지막 고해성사를 하고야 말겠다는, 동안거를 마친 얼굴 파안대소하며 세상을 향해 발돋움하는 저 까칠한 능청. 2016.3.5. 12;13 남해읍에서 시 2016.03.05
상주해수욕장2 상주해수욕장2 밤새 몸 씻은 마파람이 그려 놓은 명화 한 폭 그윽한 보리암 범종소리 쉼 없이 물 주름 펴고 안개가 떨치고 간 뜨거운 눈물들은 갈매기 울음을 타고 골짜기로 오르고 가슴까지 삼킨 꽃자리 소슬바람 돌아가는 송림 앞 반짝이던 모래알 하나 둘이 상사화로 피어난다 비로소 .. 시 201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