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골목
태양을 훔쳤나
건조한 도마 위에 중후한 경전이라도 새기는 줄 알았지
가시 같은 독설도
가슴 속 핏발 선 욕망도
붉은 피를 요구하는 거야
우럭 너의 피
죽이기 위해 살아가는 목탁소리를
술시마다 무거운 발길 끌고 오면서
치부를 드러낸 채 널브러진 쓰레기봉투 위에
까닭 없이 올라서 허무를 베어 먹는
결코 뜨겁지 않은 피가 넘치는
잰걸음으로 태양을 훔친 먹자골목은
해묵은 몸이 헐거워지고
간판 위엔 노을이 걸터앉아 있었다.
2016.1.24. 18;25 남해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