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연포탕 미끈한 섬섬옥수, 자태도 투명한 연한 속살로 개벌을 헤집고 다닌 강인함에도 ‘어’ 자도 ‘치’ 자도 사치였나 고기도 못 된 영원한 연체동물 석거(石距) 그 억울함은 뜨거운 물을 만나도 멈출 수가 없었다 가끔 용이 되기도 하는 미꾸라지보다 더한 적극성으로 끊임없이 떨어지지 않.. 시 2015.06.28
퇴직을 하고 이젠 전원 꺼진 휴대폰이여 계곡물에 발 담그고 산새들 독경이라도 듣고 싶다 엄마 찾는 송아지 소리가 잔물결로 이는 그 벌판에 누워 저녁하는 연기처럼 번져 가는 이치를 세세히 읽고 싶다 갑질과 위선이 범벅인 등굽은 세상을 넘어 개똥참외 익어가는 저 벼랑에서 개망초처럼 이빨을 .. 시 2015.06.27
게 한 마리 탐방객이 뜸한 남해 바래길 사무실에 집을 잃은 노숙 반장게 한 마리 목마른 거품 연신 뿜으며 잠자리 찾는데 이미 집 떠난지 오래 정신이 몽롱한지 높게 든 거친 집게 반항심에 노자돈은 있는지 고향은 어딘지 물을 길 끝내 없었다. 시 2015.06.26
으아리꽃 비스듬히 기운 키 낮은 콘크리트 벽 위에 어께 동무한 줄장미 밑에 오르다 죽은 으아리 그는 한때 청천벽력의 목소리도 지녔었지만 실낱같은 방랑벽 이기지 못하고 목 쉰 빛바랜 단청이 되었다 화원으로 가는 숲길 멀지 않고 비둘기 장단 붙여주는 겨우 편 덕석에서 아름다운 당신의 마.. 시 2015.06.21
논나팔꽃 보리대를 타고 그리 살려던 연분홍 나팔꽃은 다 어디 갔을까 저 종달새는 저리 우는데 가을 쟁기질에 허연 메 들어내고 꼴소쿠리 가득했던 논나팔꽃은 어디 갔을까 보고싶어 찾아간 무논에 촉새만 가득. *저의 고향에서 메꽃을 (논)나팔꽃이라 했습니다. *촉새는 보리밭에 흔한 잡초였고 .. 시 2015.06.12
보라색 붓꽃 불도저가 밀고 간 바래길 옆 공터에 고운 햇볕으로 쿨톤 진하게 발랐다 술 취한 사내 두리번거리다 가끔 오줌 갈 긴 그 곳에 입술 파르라니 떨며 타래진 순정. 시 2015.06.11
요철(凹凸) 산등성이 넘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띄운 화두(話頭)가 물결치는 저 벼랑에 배꼽처럼 대가리가 뭉개진 느끈한 가부좌 튼 녹슨 나사로 보입니다 서로의 매 발톱을 이기지 못하고 결코 떨어지기 싫은 천생연분입니다 살그머니 조이거나 풀리거나 들어가거나 품거나 틈이 없는 성긋한 아귀지.. 시 201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