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 괘불지주 늘 무표정하게 휑한 가슴 안고 서 있지 발걸음에 채이는 수도 없는 돌멩이 마다하고 부처님 외출하시는 한 폭 탱화 이는 날 과장도 군수도 모두 머리 조아리는 급이 다른 그 돌멩이. 시 2015.05.12
시골방 윗목에서 자리 잡았던 요강이 흙담밑에 웅크린 옛집 너덜너덜 구멍 난 채 덜컹거리는 방문에 대문간 빼꼼이 내다보던 작은 유리 조각은 아직 붙어 있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흙이 떨어진 그 방 벽지는 장지문 빛입니다 어린애 손자국 묻은 턱이며 문고리는 차갑지만 그대로입니다 메.. 시 2015.05.10
화방사 화방사花芳寺 그대를 생각하면 빛바랜 단청 수국 홀로 피면 그보다 좋을 수가 대낮 범종 그 향기 바람으로 날리우고 대웅전 나무문살 꽃무늬단청 부처님과 눈 맞추고 2015. 5. 9 10;00 노량에서 시 2015.05.09
연시(軟柿) 상근예비역인 아들이 잘 포장된 연시 서 너 개를 마루에 던져 놓았다 간식으로 나오는 연시라 혀를 녹이는 연한 질감에 땀에 절은 야전잠바 속 빵쪼가리를 변소 뒤에서 급히 먹던 생각 물컹한 저녁 해가 옛 생각을 건드리는 거다 봄바람에 뿍데기 날리니 찌푸리기만 있는 게 아니라 실한 .. 시 2015.05.07
곰배질 군데군데 마산벌 보리밭에 아지랑이 모락모락 포마드 바른 머리에 깃당목 속옷에 줄진 기지바지 어설픈 마름질에 허튼 수작 흙덩이 저 사월 긴 하루같은 사래 지친 풀무질로 석 달 보름은 걸리겠다 시렁 위 갓 삶은 보리밥에 소복이 앉은 파리 떼처럼 날아간 들뜬 청보리 위 하마 잠깬 종.. 시 2015.05.07
석방렴 용문사 범종 소리 넘실대는 구름 바닷가에 만선의 금을 그었다 허공에 펼친 그물 어쩌다 정처 없이 노닐던 창공 피안(彼岸)은 금하나 차이 그 돌 틈마저 헤집지 못한 구름 한 조각 곱게 접어 간직하며 틈새로 넘나들던 숨결은 고여 있다 가피(加被)를 입고 벗는 묻어나는 푸른 흔적들. 시 2015.05.05
게 옆으로 기어 겨우 뭍에 오른 게들이 마른 마파람 불어오는 죽은 조개 옆에 모여 연신 거품으로 입맛 다신다 철릭 갑옷으로 완전 무장하고 절단 낼 결연한 전의로 높이 든 청룡도 의협에 찬 용맹으로 백병전 중 바로 옆 도요새 먹이 찾고 있고 시멘트 바닥에 으스러진 동료 몸에 왕개미 두.. 시 2015.05.03
첫사랑 목에 갈증으로 늘 붙어 설레던 첫사랑 그 여인네가 SNS를 타고 연락이 왔다 꽃피는 봄날 보자던 낭랑한 여인네 굵은 손마디에 오래된 매니큐어 옆 어설픈 그 반지, 거친 머리칼에 여실히 들어난 골 깊은 민얼굴 갈증은 속 시원히 해소되었지만 결국 식은 커피 잔만 한 추억을 삼키고 돌아.. 시 201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