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날 연등 달고 불공 몇 번 들였다고 불자냥 산사 음악회에 가서 대웅전 뒤에서 오줌이나 누고 친견불사에서 불전함에 시주하는 척 했던 놈이 경내에서 담배나 피우며 거들먹거리며 대웅전 문살 연꽃 무늬 한 잎은 언제 되려나 룸비니 동산의 개미도 되기 힘든데 2015.5.23 14;12 노량에서 카테고리 없음 2015.05.23
몰랭이술집 몰랭이술집 퇴근 무렵 늘 버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늘색 가건물에 특이한 이름의 몰랭이 술집 고단한 하루를 내일로 잇는 노을이 담겨진 강진 바다 어귀 드나드는 이 없어도 아쉬울 것 없어 보이는 아주머니 늘 오던 김사장 안 보이는 날이면 외상값 재촉에 길 건너 김마담 찾아갔겠지 .. 시 2015.05.18
방충망의 하루살이 저런 고연 놈들 대낮에 무기물과 유기물의 홀레 후 수벌 같은 하루살이 제 운명인 줄 모르고 겹겹이 꽉 짜인 방충망 열지도 못하고 무채색 바람을 타고 겨우 방충망에서 우루루 객사 방광이 터지고 가슴 휑한 방충망은 풍장을 허용했다 날개가 접힌 놈, 머리가 꺾인 놈 좀 봐 하루 동안 단.. 시 2015.05.17
바람흔적 미술관 바람개비 눈감고도 훤한 그곳에 가면 문 없는 집에 발 없는 몸들이 쏟아진다 일렁이는 깃발과 스윽 돌아가는 바람개비 알리바이를 내세우는 무채색 길이 없어도 길이 있다 오랜 뜸을 들이고도 앞뒤 없는 일순간 원위치하는 바람개비만 알까 부드러운 손길로 다가와 내 사이를 통과하는 시간이면 .. 시 2015.05.15
군밤 깃 세운 가시옷 입은 청맹과니가 올 풀린 스웨터 같은 가을 햇살 여물게 물고 있더니 싸르륵 거리는 맥반석 회전 솥 안 계면조로 느릿느릿 옆구리 터진 군밤 여민 노란 속살 들어내며 호흡 한번 가다듬고 겨우 세상 구경하러 가네. 시 201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