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버스 정류장 횟집 수조 안 같은 고요함을 잠 깨우던 만선 깃발 단 무수한 버스들 고기비늘 겹겹이 쌓인 사연 뒤로하고 통통배 기다리며 늘어진 북항 질척한 어판장 고기비늘 묻히고 철퍼덕 바다이슬 적신 갯길 걸어 멀리 떠난 누이 기다리는 까까머리 상록수림 아직 무사한지 아직도 눈으로 그리는 .. 시 2015.09.19
소나기 댓돌 위 고무신 축 늘어진 오후 후두둑 뛰어 온다 마당 군용담요에서 나는 좀약냄새에 신작로 다리 위에 널어둔 매상 보리 후다닥 걷으러 가는 여문 햇살. 시 2015.09.15
오이냉국 선탠크림 바르고 뒤란에서 필사적으로 기어간 단내 나는 푸른 저것 뛰는 심장을 지운 적 없어 바람에 쓸리며 저물어가는 얼굴 소문처럼 붉게 달아오른 해를 보고도 채로 잘리고도 끝없는 긴 사유(思惟). 이가 시리다. 시 2015.09.15
삼돌이형 머슴으로 살다 주인에게 뺀찌들고 설친 뒷담 곰보 삼돌이 형 복도 많아 한 번도 시골에 내려오지 않았던 윤영감 딸래미 그 훤한 서구형 미인을 부인으로 얻더니 떡 벌어진 어깨 힘주고 다녔지 코흘리개 우리들에게 고구마 과자 사주며 싹싹하고 맵자 있다는 어른들 칭찬에 입이 귀에 걸.. 시 2015.09.15
호박넝쿨 유가사 무설전 뒤 불경은 어디까지 읽었는지 눈도 귀도 없이 오체투지로 기어온 호박덩쿨 당초문양으로 문턱을 넘는 오후 갸륵한 불심에 눈 지긋이 감은 부처님도 웃으시고. 시 2015.09.08
소금밭 -봉평 메밀밭에서 소설을 생각하며 - 9월 초순 식은 봉평 볕 아래서 소금은 피어났다 결코 썩지 않을 일렁이는 소금밭 아직 짙푸른 잎은 살아 있는데 저토록 눈부시게 새겨진 바람의 흔적들 스스로 씨앗으로 여문 소금꽃들이 번져 있다 기다리며 비우며 한 송이 한 송이 몽실 피어낸 결정.. 시 201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