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운산에 올라 망운산에 올라 명치끝 에려오던 그리움 절집에 두고 여적 본성을 깨우치지 못하고 마음의 갈피같은 갈래 길 오른다 새초롬 넝쿨들 고사리손 길잡이 얼추 고추 선 개망초도 웃음 짓고 두고 온 그 시간 걸망을 벗은 듯 도화살 구름도 마음을 비우고 점점이 섬들도 도란거리는 창해가 부르는 씻김굿 뭉실뭉실. 시 2020.06.03
남해시장국밥집 남해시장국밥집 세월이 눌러 붙은 묵직한 가마솥에 거대한 사골이 몸을 풀면 국밥이 좁은 골목을 기어간다 한 접시 수육에 “좋은데이” 한 병이 서로의 시름을 다 밝히는 살가움 꺼진 가게 백열등만한 눈물방울 접시가 비어가고 늘어난 빈병들 서로의 고단함이 눈 녹 듯 녹아 아침에 보.. 시 2020.05.05
화끈한 봄날 화끈한 봄날 아따 그녀의 브레지어 같던 백목련 숨 막히던 어느 봄밤을 밝혔지 기어이 너무 짧았던 봄날은 갔지만 화끈한 여름은 속곳 없이 찾아도 눈 먼 봄도 봄이라며 손사래 치는데 아직도 총각이라며 너스레가 한 가득 밑진 과일값에 썩는 것은 버리고 오늘도 오십 총각, 국밥집 정분.. 시 2020.04.17
식탁 식탁 라면에 김치 종지 하나라도 웃고 싶은 마음에 이마를 짓찧으며 마른 귀를 떨구고 입은 다물었다 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면상에도 마음엔 황달이 오고 부음이 와도 맨발의 네 다리는 아직 성성하다 옹기종기 닿고만 싶은 밥상머리 저토록 저물도록 나 혼자 엎드리고도 삼시에 오.. 시 2020.04.17
헛간 헛간 떨어진 흙벽에 들어난 수수깡 그대로 고요마저 삭은 곳에 욱신거리는 닳은 괭이자루만한 바람만 드나들고 염천의 밭이랑은 저 멀리 식은 호미 곰배질 먼지는 뻐꾸기 울음 공명 여울진 큰 허기에 관절이 바스라진 시래기 줄기 한 생을 모으던 모로 누운 낡은 멍석에 각질이 수북하다 .. 시 2020.04.02
그 집 앞 그 집 앞 햇살에 여문 땅도 풀렸지만 언젠가 슬픔이 고였던 그늘에서 비둘기 눈이 번쩍 모이 찾는 오독인가 비뚠 자모를 세우듯 낡은 철학 책 탈색으로 바랜 제목에서 향기는 말 못한 우물거림 입안은 감 탄닌처럼 거칠다 그 봄이 세상에 마구 뛰어 다닐 때 맥박이 뛰고 운동화 끈 조인 나.. 시 2020.03.30
용문사 용문사 선인의 향기가 자색 안개다 봄의 기별로 녹차를 다리고 동생의 소식도 뜯지 않았다 산입에서 겨울이 물러가 듯 문밖에서 인연들이 돌아갔다 꽃 사태는 화엄천지 굽은 소나무도 경을 읽고 죽음도 잊고 싶다 계곡물에 발을 적시며 경계를 초월한 산짐승들이 마음을 쓰다듬네 무엇을.. 시 2020.03.28
토사물 토사물 골목길 군데군데 꽃이 피었다 육시랄 걸쭉한 욕설이 피어오른 또 다른 봄꽃마냥 컵라면 건더기 제 몸의 역린을 건드린 죄값일까 꼬인 매듭이 풀린 외길이니 세상아 한번쯤 속아 넘어가주게 간질거리는 봄날의 통증 풀어진 봉인 고통 없이 피는 꽃은 없겠지 처절한 세상의 아름다.. 시 2020.03.18
초봄의 기억 초봄의 기억 호롱불 기름 부으며 살아난 빛 죽어가는 사람도 이렇게 살아나면 좋겠다 그러던 어머니도 가시고 탈 없이 지나는 무심한 바람에 고개만 갸우뚱 거리며 내숭떨던 잔가지 바람이 준 연서에 절절한 사연이라도 몰아친 엄동의 기억은 잊었는가 곱게 연지 바르고 정분이 난분분 .. 시 2020.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