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간

책향1 2020. 4. 2. 10:49

헛간

 

떨어진 흙벽에 들어난 수수깡 그대로

고요마저 삭은 곳에 욱신거리는

닳은 괭이자루만한 바람만 드나들고

염천의 밭이랑은 저 멀리 식은 호미

곰배질 먼지는 뻐꾸기 울음 공명 여울진

큰 허기에 관절이 바스라진 시래기 줄기

한 생을 모으던 모로 누운 낡은 멍석에

각질이 수북하다

땀이 야물게 스민 아버지를 닮은 꽃들의

그늘 속, 웅크린 새봄의 초록빛 속살은

가고 없고

고단한 봉창 너머 색이 바랜 낮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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