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담그기 고추장 담그기 이찔금 메주가루를 인터넷으로 뒤졌다 정년 후 그 맛이 그리워 레시피 뒤지고 밥솥에 단술 삭히듯 달달한 그리움 찾아 투박한 작은 옹기에 담아내던 그 정성 생전에 어머니 정성이 발효된 그 손맛 냉장고 어설픈 고추장 나만 아는 사랑. 시 2020.02.22
빨래터 풍경 빨래터 풍경 6.25때 미군이 놨다는 큰 주름관 앞 어쩌다 보인 빨래하는 누나뻘 붉은 팬티 가슴에 붉은 물길 번지듯 뒷담화 엄마 월남치마 속으로 숨던 여시개들 떠내려간 고무신 찾아 수초를 헤집던 보리밭 곰배질 먼지로 사라진 풍경들 사분 아끼라는 시어머니 불호령에 머나먼 당신이 .. 시 2020.02.21
백년 도깨비시장 백년 도깨비시장* 송아지 팔려가며 연신 울던 우시장 그 울음 대신 전자악기 소리가 수구레 국밥 위 도깨비춤을 춘다 서울 간 아들 학비 대는 근심으로 주름진 아버지, 거친 손으로 돈을 센 좌판 연탄불처럼 노을이 밀려든 오일장 대합면 양파도 비슬산 더덕들도 채록한 기억이 범람하는 .. 시 2020.02.20
봄의 기척 봄의 기척 엄장이 큰 동장군 기력이 쇠잔하니 고운 물 속살 매화 터지는 소리 출렁인 가지마다 봄 편지를 적는다 마지막 마른기침하는 저문 날 하늘도 시샘하는 별들이 유난하고 청춘이 혈기 오른 가슴을 들어냈다 뉴스에 코로나가 차단벽을 치듯 그어진 금에서도 생존의 저 몸부림 살아.. 시 2020.02.20
선거 명함 선거 명함 겨울비 외투도 촉촉이 젖는 하수도 위 버려진 여러 장 명함은 원색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찾지도 않을 달콤함 세상에 버려지는 것이 저 것뿐이랴 달달한 진한 색이 바래는 날까지 아무렴 모든 자존심은 버리야지 어쩌다 휴대폰에서 내이름이 지워지듯 찬란한 만장(輓章)이 가차 .. 시 2020.02.17
자암선생 유허비 아침을 여는 책향시 849 자암선생 유허비 마치 강 같았던 노량포구 언저리 이루지 못한 달필의 결기는 홀로 돌아가지 못한 채 유언되어 서 있네 노을은 대들보처럼 하늘에 걸렸지만 낯이 선 타향에서 해무를 품고 위리안치 수많은 세월은 유수같이 감감하기만 화전별곡에 봄이 오고 꽃이 .. 시 2020.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