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리 숫바위 가천리 숫바위 동네 처녀 바람나니 경주 여근곡 연못 휘젓지 말라더니 무자식 고통으로 상처 난 가슴뼈 바람으로 금줄하고 불임의 깃발처럼 나부끼는 아우성 가천리 하늘 솟은 애타는 그 여인 네 밑을 문지르니 돌이 벌떡 섰네. 시 2020.09.26
빨래 집게 빨래 집게 골다공증 뼈마디에 견고한 금속 핀을 박고 나분 대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관절이 아파 한 발 짝 나가기도 힘들다 외줄타기에 숨죽여 비켜가는 꾸들한 세상 이 꽉 물고. 시 2020.09.23
용문사 단풍 용문사 단풍 독주냐 명주냐 틀림없이 한잔 걸친 게 틀림없는 산의 우듬지 낮술에 취한 남정네 걸음도 빠르다 가장자리 청파(靑波)가 흰 손을 내밀자 부리나케 내리막길 달려와 쏠쏠한 각질을 쏟아내는 고찰(古刹) 집요한 가을의 속삭임에 넘어간 붉은 얼굴 저 함성 쓸쓸한 잔해 대낮 술 깨려 극락왕생 염불하네. 시 2020.09.19
사하(寺下) 가을 사하(寺下) 가을 가을의 그늘들이 몸짓이 심하다 우화한 계절에 그을린 추억에다 가슴속 사금파리 하나 고봉이다 설레발 가을바람이 속살대는데 숲속의 만장들이 수런거리니 불매야, 그윽한 고함소리 반갑다. 시 2020.09.18
호구산 식당 호구산 식당 아랫목 철석이는 곡포(曲浦)를 두르고 발치에 유장한 독경소리 낭랑한 호구산 입술 자락 나지막한 밥집 속을 꽉 채운 야간문 담금주에 저절로 취한 가을은 추억으로 기운다 빈자리 채우는 언젠가 들렸던 기운. 시 2020.09.16
여뀌꽃 탁발 여뀌꽃 탁발 금당 뒤에서 물끄러미 바루 하나 여름내 숲속에서 여린 몸으로 햇살 한 줌 탁발하다 붉은 헤쳐 간 공간마다 골기와 그늘 애처로운 작은 귀로 새긴 긴 경문 보시로 채우는 노을빛 그윽하다. 시 2020.09.15
용문사 동백 용문사 동백 퉁퉁 분 꽃대궁 눈물받이 짙푸른 분칠한 노란 수술 솟대로 앞세우고 공간이 좁다 해도 마음껏 웃어라 모두가 잠든 겨우내 선혈로 피어 하르르 봄볕이 쏟아지니 앞섶에 푸념을 댕강 마지막 보시로 백일을 기도해도 가슴켠은 속진 말 못할 응어리 그렇게 지우는 말씀이 있다면 울지말고 알려주게. 시 2020.09.13
민들레 민들레 도화상 같은 자유는 형틀같은 주차장 앞 콘크리트 틈새 깃털은 구름의 무게로 자유를 갈망한지 오래 중형차 무게로 쓰러져 간 빈집에 심지만 남겨 둔 여유 만끽한다. 시 2020.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