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남해시장국밥집
세월이 눌러 붙은 묵직한 가마솥에
거대한 사골이 몸을 풀면
국밥이 좁은 골목을 기어간다
한 접시 수육에 “좋은데이” 한 병이
서로의 시름을 다 밝히는 살가움
꺼진 가게 백열등만한 눈물방울
접시가 비어가고 늘어난 빈병들
서로의 고단함이 눈 녹 듯 녹아
아침에 보자는 약속만 담벼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