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쑥부쟁이 꽃도 한철이라고 난 너희들 비켜난 세월에 모두가 동면을 해도 가을의 여백에 자화상을 그릴거여 황량한 들녘에 혼자가 더 화려하지 바람이 다가와 소근그린 말도 고추잠자리 맴돌며 고함을 쳐도 이어간 지장 세상 속 앞섶을 열어 한 평생 갈고 닦은 나의 세밀화 익은 계절하나 .. 시 2020.02.29
저수지 주저흔 저수지 주저흔 바다로 가기 전 저수지에 남긴 흔적 소금물로 염색되기 전에 망설인다 수위 낮은 곳 선명한 나이테 몇몇 척추가 휜 우산대와 짝 잃은 신발 수초도 없는 곳에 둥둥 스티로폼 외로운 산 그림자 설핏 내려앉으니 잔잔한 수면에 낯선 바람 다녀가고 물컹한 물칼에 에인 상처 선.. 시 2020.02.25
수작(酬酌) 수작(酬酌) 단풍 물 진해지는 그 산 정수리 아무도 찾지 않은 고요한 그날 스스로 붉게 취해 간다 누가 알려 준 것인가, 거대한 함성 찾는 이도 술값도 없이 노숙을 해도 몰랐네 간밤 하현달이 다녀 간 줄. 시 2020.02.25
선소 전어 3 선소 전어 3 눈썹달이 외로워 어둠이 쌓인 부둣가 피조개 여문 입에 꼬막들 소란하다 갓 찍은 엽전같은 전어 숨결 거칠다 선창에 같힌 어둠에 비늘들 아귀다툼 강진만 위로 천천히 걸어오는 아침 어둠을 떠올리는 뜰채 분주하다. 시 2020.02.25
동무 생각 동무 생각 아직도 오붓하다 재 넘어 살구나무집 산마루 걸터앉은 노을, 논두렁길 따라 살구꽃 지는 소리 이명처럼 들립니다 겨드랑이 쳐네며 물동이 이고 가던 고운 자태 그림자 설핏한 무두질 마음의 두근거림 아직도 행복해요 그립다 마수없이 나오는 소리에 눈 둘 곳 몰라 하는 수줍던.. 시 2020.02.24
붉은 장미 붉은 장미 해마다 가지치기를 해도 볼이 붉다 빗줄기 오락가락 소문만 무성한 눈치도 없이 다녀 간 희미한 흔적 모가지 비틀어도 담장을 기웃거리며 어차피 꽃물도 안이나 밖, 한철인 걸 가시가 돋기 전 가지를 뻗어야 기회를 잡지 온몸이 쑤셔도 연이어 생각나고 이 세상 끝이라도 살과 .. 시 2020.02.23
봄 금산 봄 금산(錦山) 등 굽은 소나무도 한손 모으고 선 나부댄 장어 같은 산길이 화장하고 늘어진 가지에도 고고성 요란하다 새싹들 알몸으로 목욕재계한 거 좀 봐 급하게 나오느라 씨앗모자 남았네 비단결 바람을 타고 젖내가 가득하다 모두의 화엄세계 경건하게 고개 숙인 속내를 못 감춘 말.. 시 2020.02.23
추파(秋波) 추파(秋波) 창기도 아닌데 백주에 장터목에서 온몸으로 주저 없이 내미는 손길 질끈 동여맨 치마폭 요염한 자태 사람만 저럴까 산들 거리는 매무새 여인의 고운 눈길 온산의 이파리들 부추긴 바람에 나비같이 그네 탄다 젊을 적 세 번이나 바람맞힌 도도함 여태 그런 줄 알았더니 나이를 .. 시 2020.02.22
고들빼기 고들빼기 오래전 그 마실에 개발광풍이 휩쓸고 모두가 떠난 블록 담 아래 밟힌 자세로 고아로 눈칫밥 햇살로 저 혼자 맞서 크다 비바람 가뭄에 홀로 어둠속 헤치고 외로움도 보약일까 헛간 벽의 덕석이 말을 거는 한밤에 심지 깊은 그 여자. 시 2020.02.22
물회 물회 제 몸을 녹여가며 여문 감금을 허물고 울음도 사치라고 손사래 친 낯선 발길 마르지 않은 사랑 하나 누군들 없겠냐 별 한줌 기다리며 거친 세상을 누볐구나 한 여름 뜨거운 포옹 아찔한 가시를 딛고 무릎이 아파도 붉은 꽃을 피운다. 시 2020.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