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

책향1 2009. 12. 25. 14:18

 

 

먹빛 자리 깔고

흰 옷 갈아입는다

어스름한 달빛에

소복으로 감춘 과거를

속삭이다

 

옆에 선 TV 안테나와

마주하며 어디 기어오를 길

  

고사리 손으로

바가지 긁는 마누라 볼까 봐

얼굴 감추고

 

밖에선 새지 않으려

견고함을 더하는 시간

 

마저 떨어져 간 배꼽에

달라붙는 때 벗기려

발버둥 친다

 

노을에 초상집 지붕에 올린 흰옷으로

진녹 이파리 살아 있음을 알리니

목마른 인간들이 위로만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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