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에 대하여 희멀건한 산등성이 눈감고 있어도 봄이란다 그 소리 없는 함성에 바람이 최루탄 연기마냥 몰아치니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단단한 외투 찢고 나온 그 연한 실핏줄이 보이는 가벼움 이걸 모르고 잠 깬 봄은 지나고 말았다 건달같은 바람이 앞가슴 헤치는 사랑이 그런 걸까 마른 기침에도 .. 시 2015.04.11
해깝게 구멍 난 스타킹으로 세탁기 거품제거용으로 사용하는 마누라를 보고 솥뚜껑 위에 팬티로 행주를 하던 어머니 이야기를 하고 이쑤시개가 없어 면봉 부러뜨려 이를 쑤시니 세상에서 요긴한 일 한번 해본 적 있는지 생각하는 그 단새 맵짜 있다던 마누라는 해깝게 기갑을 했다 시 2015.04.10
어느 늦은 오후 해시계 바늘 같은 긴 빌딩의 그림자 떨어지는 편의점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서 꽃잎이 팝콘처럼 나른하게 떨어지는 오후가 “좋은 데이” 소주 한 병 비튼다 오래된 단벌 양복에 때 묻은 빨간 넥타이 색깔같은 선명한 이력서 위로 떨어지는 급전 대출 명함 퇴근 길 말쑥한 양복들의 관중.. 시 201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