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랭이술집

책향1 2015. 5. 18. 16:13

 

 

 

몰랭이술집 

 

퇴근 무렵 늘 버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늘색 가건물에 특이한 이름의 몰랭이 술집

 

고단한 하루를 내일로 잇는

 

노을이 담겨진 강진 바다 어귀

 

드나드는 이 없어도 아쉬울 것 없어 보이는 아주머니

 

늘 오던 김사장 안 보이는 날이면

 

외상값 재촉에 길 건너 김마담 찾아갔겠지 한다

 

아줌마들의 바싹 지진 머리 같은

 

마른 미역과 몰캉한 피대기 한 마리에 소주 한 병

 

파래 무침에 소맥

 

시큼한 봄빛이 묻어 있는 김치전에 막걸리도 나오고

 

술 못 마시는 사람은 봉다리 커피 한잔

 

그러지도 못하면

 

얄팍한 지갑으로 술값 내겠다고 허세 부려도 좋은

 

뜯긴 달이 머물다 가고

 

바다 건너온 볕이 잘 드는 그 집

 

노루귀꽃이 눈 봉창 열고  웃음 지으면

 

가끔 머리 벗겨진 사내와 찢어진 청바지 입은 여자가

 

구석에서 맞담배 피우며 딴청을 부리는 그 집.

 

*몰랭이 술집; 남해군 설천면 금음리의 식당이름.

*금음리의 옛 이름이 몰랭이라고 합니다.   

*몰랭이는 산마루나 모퉁이를 이르는 방언입니다.

  산마루를 의미하는 대구말 만디나 남해말 몬디와

  한 갈래로 봅니다.

*2015.6.1 남해시대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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