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회무침 바다위에 잔못같이 번쩍이더니 감히 참치도 생각 못한 저 붉은 혁명 누가 돌 던지랴 여린뼈를 다 발리고도 막걸리에 몸 씻긴 처참한 부관참시 죽어서도 죽음을 이기는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의 놀라운 변신 접시 위에 서로 엉켜 사람과 눈 맞추고. 시 2015.04.30
귀뚜라미 팔자 좋은 고추잠자리 원색 등산복 차려입고 단풍구경 가는데 어디서 먹 가는 소리 들린다 저 적소 틈새에서 밤새도록 모은 식은 달빛 먹빛에 물든 밤이 다 닳도록 만학도의 주경야독 한 장 남은 달력에 전성기 매미도 읊지 못한 가을의 오도송도 섭렵할 듯. 시 2015.04.28
마늘종 긴 겨울 노루잠 자고 한 줄 사리로 오신 봄 초록별 하나 돋아나는 인기척에 저 하늘에 눈 씻어 내 가슴에 넣기도 전에 내 미끈한 속살을 여지없이 뚝 아프다 살점 떨어지는 고통 철 따라 연분홍 꽃잎 접은 벚꽃 탓도 아니고 절 집 마당에서 입술연지 바르는 철쭉 탓은 더욱 아니다. 시 2015.04.26
아카시아꽃 아버지 대신 간 그 해 식목일 아기 이빨만한 가시가 돋은 아카시아를 심었더니 벌써 60줄 내 젊은 날의 방황같은 상어 이빨만한 가시로 그 자리 지키며 어디 갔다 왔는가 묻는 창백한 아버지의 흰 손. 시 2015.04.25
몽돌 바닷가에 다 닳은 이빨들이 모여 있다 지붕에 던진 이빨들이 쓸려와 시청앞 데모대처럼 단체 농성하는 간헐적인 불법 시위대 성문(聲紋)도 없이 일어서 날름거리는 시퍼런 칼날의 협박에 야위어 가는 몽돌 육지에 오르고 싶은 저 바다의 할 말을 대신한다. 시 2015.04.22
그해 초겨울 족제비 횃대 위 씨암탉 물고 가던 그 밤, 달이 걸린 우물가 어스름한 감나무 그림자 외양간 소, 하품하며 눈 비빈다 우물가 단풍나무 겨우 남은 이파리 그네 타는 모습에 한숨짓는 어머니 삽짝 사이 삐져나오는 바람에 시름시름 말라가는 헛간 시래기 아버지 새끼 꼬는 마른 기침 소리 거.. 시 2015.04.17
잔디의 여유 수직으로 다가오는 그들 자태 자랑하지만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 수평이 가장 편한거지 그 여유, 누워서도 편안함을 주는 이타심이지 그러니 해탈한거지. 시 2015.04.16
민들레 겨울 내내 돌틈에서 든든한 뿌리로만 두 주먹 쥐고 있다가 없어도 있는 듯 있어도 없는 듯 가장 낮은 곳에서 목숨 걸고 가장 높은 곳을 지향하는 신분의 조용한 수직상승 고샅길에 떨어진 노란 단추 다 못 비춰오는 햇살 타고 외로운 정수리에 보푸라기 일었다. 시 201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