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게

책향1 2016. 3. 18. 10:48

무에게

 

 

다락밭이 햇살에 익어가던 무렵

파란 부분이 불쑥 돋아

유난이 단 부분이 많아 보이던 네가

손톱으로 껍질 벗긴 하얀 속살로 

그렇게 배곯은 내장을 요동치던 매운 맛은

무시방귀로 날아간지 아마 오래지

여직 반듯하게 잘린 흰 무가 엄마 젖 같이

달콤한 것은

밭주인에게 들켜

무 쪼가리 물고

꿇어 앉아 반성하던

기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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