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꼽다 엥꼽다 주식이 한 주도 없던 때도 맨발은 따뜻했다. 저 멀리 기억이 서서히 눈을 떠니 마주치는 눈매마다 맨발에 닿는 부드러운 솜 같았네. 따뜻했던 추억이 아득하게 멀리 등불로 다가와서 잠 못 이루는 가슴을 어루만지네 호수 위 노숙하던 달도 누군가 할퀸 자욱이 보이네 봄날 비둘기 .. 시 2019.03.28
성각스님께 성각스님께 시인 김용엽 남해신문 2019.2 14 게재 저는 종립학교를 나왔지만 아직 절간의 개만큼도 법문을 익히지 못했습니다. 어두운 한밤에 비슬산 유가사에서 크게 울리던 법고 소리, 태양처럼 존엄하나 자비의 눈길로 굽어보는 부처님, 가사를 걸친 승려들이 수없이 엎드려 지존 앞에 .. 책향의 세상읽기 2019.02.17
누항의 봄 누항의 봄 편의점 앞길에서 젊은이가 고래고래 소리치며 갈지자로 멀어져간 희뿌연한 저 길 끝 길고양이 삼각김밥을 삼키고한 굽이 돈 건물 그림자 소신공양하고 있다 서먹한 가슴은 알알이 들어내고, 태워서 저녁답이면 파랑새가 날게 하리다 다 못 비춰오는 햇살이 창문을 긁고 원두커.. 시 2019.02.17
내 가슴 한쪽에 내 가슴 한쪽에 귀신불이 돌아다닌다는 그 큰 저수지 아랫길 양지듬에 마산벌을 달려온 삭풍을 양팔 벌려 맞던 오래된 아카시아 나무 어김없이 봄기운이 들불로 감싸 올랐습니다 가시가 유별난 그 곳에도 활짝 핀 흰꽃 향기로 맨 먼저 예쁜 미소가 삶에 지쳐 숨겨진 소나무 등결 같은 내 .. 시 2018.12.12
편의점 고양이 본능 편의점 고양이 본능 푸른 플라스틱 의자가 어지러운 그 편의점 앞에는 근육질 노란 고양이 의자 다리 사이로 체취를 묻히며 가끔 개처럼 부르는 소리도 알아듣는다 건장한 그도 얼굴의 상처는 영역싸움의 훈장이다 새끼까지 출가시킨 늙수그레한 그가 찢지 않은 튀긴 닭도 먹지 못하고 .. 카테고리 없음 2018.12.11
나의 춘천 일과기 나의 춘천 일과기 2018년 10월 27일(토) 일과기라 하려니 부담스럽다. 간단한 소회라 여기고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오래 다려 왔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가보려 한지 10년이 넘었다. 이상한 유랑벽에 이끌리고도 오래다. 드디어 기회가 왔었다. 초교 동창생의 딸 결혼식이 서울 강.. 수필 2018.10.29
꽈리 꽈리 부처님 오신 날 신들린 듯 온 가족 이름을 적어낸 구복 탓일까요 사레 들린 중생들의 절규를 잠재울 신은 내 안에 똬리 틀고 참고 있었던가요 말없는 바람의 구문이 있었던가요 9월에 무슨 경전이라도 읽었던가요 큰 스님께 3,000배라도 올렸나요 철 지난 하늘에 달린 작은 연등. 2018.1.. 시 2018.10.20
겨우살이 겨우살이 금산에서 내려오다 보면 커다란 소나무에 무임승차중인 겨우살이 몸에 난 종기처럼 한 뿌리이면서 가족이 아닌 동거가 시작됐다 소나무는 아무도 없는 야밤에만 그를 풀어보았다 허공에서 바라보는 별빛이 흔들거리는 몇 해를 보내고 한 식구면서 동족이 아닌 아이가 또 태어.. 시 2018.10.17
옥수수 풍장 옥수수 풍장 한여름 넒은 이파리 야자수 같지만 가끔 소나무 닮아 보려 기개도 펼쳤지 해가 기우니 갈대처럼 으스러져 울기도 한다 바지춤을 올리고도 제몸 추스르기가 어렵다 서서히 먼지가 되 가도 할머니 유모차처럼 허리는 꼿꼿하다 스치는 바람에 겨울 내내 이명으로 괴롭겠지만 .. 시 2018.10.13
모과 모과 단맛은 신고한 세월을 보낸 탓 쓴맛은 못생겼다는 세평에 반항하느라 생겼지 아마 매운맛은 고추보다 매운 새들의 부리 탓이지 단맛은 깊은 땅속의 암반수만 들이킨 쓴맛은 지나다 잠깐 암염 앞을 지난 거지 성미 급한 담 벽 아래 관목들 시든 손길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겨우 시월 .. 시 2018.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