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순장 후 소리의 순장 후 강점기에 봉천까지 중계된 제야의 종 에밀레는 몸과 혼을 다 뱉어냈다 당좌엔 연화문 도드라지고 용뉴 느슨하다 은은한 독경에도 사태진 갈꽃잎들 온 천하 골 깊고 침묵하는 원력에 가로수 은행잎도 화엄경 읽었다 천년의 여운이 만파식적 닮고 닮아 서봉총 봉황도 춤추.. 카테고리 없음 2019.06.04
콩나물 콩나물 햇살 한 가닥도 그리운 플라스틱 통 어두운 밀실에서 비린내 나는 물관부들 뿌리가 엉키고 배를 맞대는 중이다 조리통 한 댓박 물에 웃고 울지만 왕성한 성장통 성인의 꿈이 자란다 열매를 맺고 콩잎이 절여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 통제된 사고를 찬란한 햇빛 받는 너른 벌판을 그.. 시 2019.06.04
폐사지에서 폐사지에서 깨져 짝을 잃은 옥개석 조각에 풍경 단 흔적 풍경은 어디가고 열정을 다한 정 자국이 토해내는 개망초 꽃 팔베게 하고 세상 비켜 선 석등 잃은 꿈 그리느라 묵상하는 맞은 편 언덕에 도금한 은행잎 넥타이 어루만진다. 2019.5.17 19;58 북변리에서 *사진출처; 필자사진. 시 2019.05.17
5월 이팝나무 5월 이팝나무 밭고랑이 바짝 마를 즈음입니다 염치없이 부는 바람에도 허공에 그리는 장삼의 외침이 큽니다 실룩 거리며 장정같은 무쇠팔로 뒷방 가마니 앞섶을 여니 아직도 내뱉지 못한 말이 밤샌 허기로 들컹거렸습니다 손등에 시퍼런 핏줄이 들어난 아이들 사무룩 목이 메이니 고무신.. 시 2019.05.17
백묘국(白妙菊) 백묘국(白妙菊) 바쁘다 4월 마늘밭같은 목가적인 정경을 두고 꽃집에는 여러 세상이 있다 여름이기를 거부하고 이 무렵의 설국에 개울 같이 유빙이 흐르는 솜털로 만드는 눈 세상에서 차라리 은백의 벨벳보다 눈 덮인 오지의 장송을 자처한다 왜 자꾸 가려운지 헤아릴 걸 푸른 몸에 보푸.. 시 2019.05.12
서릿발 서릿발 밤새 이가 아파 꿍꿍 앓았더니 내자가 병원 안 간다고 추상같은 호령입니다 듣기 싫어 운동 삼아 텃밭에 나가니 고랑에 웅크린 호미 하나 염천을 잊은 듯 찢어진 비닐 몇개 고춧대에 걸려 있습니다 속살이 두터운 늦고추 몇 개 따서 주머니에 넣어 들어오려니 초등학교 시절 보리.. 시 2019.05.09
가닥을 잡다 가닥을 잡다 갈피를 못잡아 하얀 화선지 저벅저벅 물감 튕기며 그림 그리는 가람 캔버스 망초꽃 피던 그 봄 소여물 값을 못 벌어도 처연히 들숨 날숨 쉬듯 처마 사이 흔들리는 하현달 늦게 온 중생의 초파일 연등 녹음이 필사하는 경전 위로 지나는 바람이 방점 하나 보탠다. 2019.5.2 15;25 북.. 시 2019.05.02
얼척 없다 얼척 없다 -맷돌- 연습도 없이 물빛이 맑으면 맞대어져 있는 하늘이 맑은 탓이라고 저만 쳐다보고 살아서일 거라고 단순한 생각으로 품에 안았지요 포개져 있는 돌의 아우성은 들은 적이 없어요 온몸이 닳고 닳아 쇠약해 가도 한 치도 어김없이 중쇠로 그대를 꼭 안고 있었지요 서로 배 맞.. 시 2019.05.01
바위목욕 바위목욕 상사 바위 목욕을 한다 허공에서 그 무엇을 잡으려는 능숙한 손놀림 가려운 곳 긁는다 초파일에나 할까 말까 오래 쌓인 초진 장삼이사의 묘비 처지가 나을 듯하다가 할머니 치성에 내 품 인양 법고 소리 목욕. 2019. 4. 22.16;07 북변리에서 *사진출처: 필지사진. 시 2019.04.22
동태탕 동태탕 생태탕 판매가 중지되던 날 시베리아 저기압을 몰고 온 동태가 시린 가슴을 데워주는 저녁 베링해 동태가 따스한 김이 나는 국물과 함께 빈방 위 속으로 들어온다 탱탱한 살과 곤이 시원함으로 넘어가자 풀어지는 술 취한 밥통 노가리도 황태도 되지 못한 한인가 제대로 펴지 못한.. 시 2019.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