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풍장

책향1 2018. 10. 13. 12:46


옥수수 풍장



한여름 넒은 이파리 야자수 같지만

가끔 소나무 닮아 보려 기개도 펼쳤지

해가 기우니 갈대처럼 으스러져 울기도 한다

바지춤을 올리고도

제몸 추스르기가 어렵다

서서히 먼지가 되 가도

할머니 유모차처럼 허리는 꼿꼿하다

스치는 바람에

겨울 내내 이명으로 괴롭겠지만

내년 우수까지는 갈 것이다

봄바람 같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랑도

식어서 잊어지겠지

바람에 살이 파여

모두가 쓰러지고 말라 이지러진

묵정밭에서

목 놓아 울지도 모르지

그리운 젊은 시절이

차츰 먼지가 되기 전에.


2018.10.13 남변리에서

*사진출처; 필자사진. 가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꽈리  (0) 2018.10.20
겨우살이  (0) 2018.10.17
모과  (0) 2018.10.11
인연  (0) 2018.10.10
착각  (0) 201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