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고양이 본능
푸른 플라스틱 의자가 어지러운
그 편의점 앞에는
근육질 노란 고양이
의자 다리 사이로 체취를 묻히며
가끔 개처럼 부르는 소리도 알아듣는다
건장한 그도 얼굴의 상처는
영역싸움의 훈장이다
새끼까지 출가시킨 늙수그레한
그가 찢지 않은 튀긴 닭도 먹지 못하고
기간 지난 김밥이나 어묵하나에 만족하는 날이 많다
그런 그가 데크에 서성대는 풍뎅이 한 마리 꾹 눌러 죽인다
애처로움 속에서 불쑥 나온 앞발의 살의
오래 학습되었던 한순간의 섬뜩함
사소한 것들까지 괴로워해야 할 만큼 섬세하지도 않은
고단한 삶의 한가운데 불끈 쥔 발톱을 슬그머니 풀게 하는 그것은
겨울 한가운데 감춰진 본능
무죄가 아닐까.
2018.12.11 19;58 남해읍에서
*사진출처; 필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