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단맛은 신고한 세월을 보낸 탓
쓴맛은 못생겼다는 세평에 반항하느라 생겼지 아마
매운맛은 고추보다 매운 새들의 부리 탓이지
단맛은 깊은 땅속의 암반수만 들이킨
쓴맛은 지나다 잠깐 암염 앞을 지난 거지
성미 급한 담 벽 아래 관목들
시든 손길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겨우 시월 햇살을 모으고 있지만
국화꽃 만개한 가을이 가는 줄도 모르는데
엉덩이 한쪽이 조금씩 썩기 시작했다
제 몸에 들어 있던 긴 여름
향기로 풀어 제향하는
저기 탁자 앞에 가부좌 튼
제법 실한 근육질 하나.
2018.10.11. 15;48 북변리에사
*사진출처; 필자사진.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