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
금산에서 내려오다 보면 커다란 소나무에
무임승차중인 겨우살이
몸에 난 종기처럼
한 뿌리이면서 가족이 아닌 동거가 시작됐다
소나무는 아무도 없는 야밤에만
그를 풀어보았다
허공에서 바라보는 별빛이
흔들거리는 몇 해를 보내고
한 식구면서 동족이 아닌 아이가 또 태어난 모양
조용히 숨죽이는 호흡 아래
침대도 없이 바람타고 몇 차례 넋을 잃었다
양념 같은 햇빛에 아래로 자라는
월셋집 같은 보금자리에서 할 일과
지켜야 하는 일들을
명확하게 선 긋는 날이면
옆의 참나무 이파리도 가끔 손길을 내밀었다
내가 네가 될 수 없는
서럽게 주위 모두가 한통속이다
같은 뿌리에서도 가족이 아닌
정분난 소나무가 그를 풀던 새벽녘에도
실타래 같은 그는 거기 소나무를 꼭 붙들고 있었다.
2018.10.17 20;46 북변리에서
*사진 출처 ; 필자사진. 겨우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