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

책향1 2018. 10. 17. 18:49

겨우살이

 

금산에서 내려오다 보면 커다란 소나무에

무임승차중인 겨우살이

몸에 난 종기처럼

한 뿌리이면서 가족이 아닌 동거가 시작됐다

소나무는 아무도 없는 야밤에만

그를 풀어보았다

허공에서 바라보는 별빛이

흔들거리는 몇 해를 보내고

한 식구면서 동족이 아닌 아이가 또 태어난 모양

조용히 숨죽이는 호흡 아래

침대도 없이 바람타고 몇 차례 넋을 잃었다

양념 같은 햇빛에 아래로 자라는

월셋집 같은 보금자리에서 할 일과

지켜야 하는 일들을

명확하게 선 긋는 날이면

옆의 참나무 이파리도 가끔 손길을 내밀었다

내가 네가 될 수 없는

서럽게 주위 모두가 한통속이다

같은 뿌리에서도 가족이 아닌

정분난 소나무가 그를 풀던 새벽녘에도

실타래 같은 그는 거기 소나무를 꼭 붙들고 있었다.

 

2018.10.17 20;46 북변리에서

*사진 출처 ; 필자사진. 겨우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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