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무더기 낙엽 무더기 산새들 갈색 울음 빈가지 스치는 밤 속수무책 칼을 쥔 바람이 삶의 흔적을 뎅강 자른다 부음도 없이 피를 토하고 쓰러진 봉두난발 (蓬頭亂髮) 유해들 닻줄을 끊고 떠난 이들의 뼈가 들어난 속살들 무더기로 사태진 산의 틈새에서 시퍼런 달빛 아래 나를 보고 왔다간 눈물 드.. 시 2019.11.10
그 아낙 그 아낙 정결함과 단아함은 얼마만이던가 한땀 한땀 바느질 자연 염색 옷으로 겹겹이 무장한 일로향당(一爐香堂) “눈 닿는 곳마다 꽃으로 피어난” 지장 터에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소품들이 바다를 가리는 벚나무 가지를 원망하고 긴 머리 줄장미가 낮은 울에 기웃거리고 아메리.. 시 2019.11.01
관음수국 관음수국 이슬로 목욕재계하고 공양은 드셨는가 화방사 대응전 돌담사이 합장한 섬섬옥수 늙은 그 손이 부드럽다 귀썰미로 차곡차곡 쌓은 경전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밝아오는 작은 연등. 시 2019.10.30
누룩 누룩 더 없는 마음의 적요 속에 예까지 띄우고 다듬어서 척추를 볼 때까지 한 뼘도 안 되는 그 생각의 겉과 안 으깨져 사료처럼 속까지 내보인 뿌려놓은 변신의 씨 형태도 없이 거품 이는 신음소리 역할은 화합일까 오롯이 남아 있는 앙금마저 지운 신과 인간의 중간 역할인가 역시 물은 .. 시 2019.10.29
화방사 닥나무2 화방사 닥나무2 대웅전 촛불 손길로 담담이 감싸안고 그 골짝 화창한 향기로 필사하는 설법 바람을 잘 읽은 풍경소리 저 가을 흐르는 개울 옆 다람쥐 발바닥만한 이파리 가지 틈 봉두난발 하는 햇살이 부드럽다 대웅전 돌층계 위 쌓인 중생들의 아우성 세월의 궂은 탐욕을 모두 씻어내고 .. 시 2019.10.27
사리공(舍利孔)의 편지 사리공(舍利孔)의 편지 오랜 비바람에도 숨어서 늙어간들 잊혀지지 않음은 썩지 않다는 말 얼마나 잔인한가 늙어간 그리움 하나 잘 생긴 탑이 무너진 채 배를 들어내고 차오른 달빛에 조용히 소복 벗는다 말없이 인내하며 견딘 지난한 몇 백년 부처의 이땅에서 즈문 해 살아봐도 탱주 쓰.. 시 2019.10.26
차나무 절집 차나무 절집 그 산의 호랭이 입쯤 차나무 심어 그 향 큰 스님 하안거 하는 사이 사자후로 절마당에 가득하다 늘 고단한 중생이 입으로만 외는 ‘지성귀명례’가 줄줄이 연등처럼 달려도 복전함 곁에는 간절함이 수북하다 겨우 음악회에 탑전에 동전하나 올리는 천박에 깊은 사연 대웅전 .. 시 2019.10.25
사하(寺下) 풍경 사하(寺下) 풍경 산기슭 가을 물로 설레이고 플라스틱 굴뚝에 목긴 연기 한 땀의 어스럼에 왈칵 서러워진 초저녁 아득하다 그대 없이 오는 가을 낭뜨러지서 줍는 한줌 햇빛만한 어디서 들려오는 해소 찬 기침소리 외로움에 지쳐 끝내 지고마는 낙엽 고요함이 엉겨붙어 너무 멀어 울다 석.. 시 2019.10.12
용문사의 달 용문사의 달 어둠을 밀어내고 낭랑한 처마 끝에서 어둠을 밀어내고 바람은 사루는가 옥상에 걸린 어머니의 무명저고리 중생들 염원같은 용화수 낙엽들 하나 둘 탐욕을 월색으로 씻어 저리 포개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상호에 번지는 지장의 노을로 한 땀씩 자란 어둠, 너 없는 세상 동백꽃.. 시 2019.10.10
범종 소리 범종 소리 새벽, 산허리를 적시는 울림 경전을 다 읽은 무릎 꿇은 비천상 기도소리 풍진 속 사바의 그대에게 보내는 절절한 연서 살가운 마음 전하네. 시 2019.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