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낙화 살 같은 몸이 봄눈으로 내린다 화려한 짧은 삶 목이 잘렸다 꽃길을 밟으며 문득 울컥하다 싱싱한 봄을 기억하는 내내 잘려진 이름은 하늘같은 그리움 이렇게 꽃지는 소리에 저무는 봄밤. 시 2021.04.21
자귀나무3 자귀나무3 다리가 길어 정수리도 까마득 긴 머리 큰 눈망울 신발은 얇다 팔등신은 과연 누구와 살까 봄이면 꽃같은 연두색 미소띠고 합장하는 제 마음도 저만 같아 가든 길 서서 한참 되돌아 보네. 시 2021.04.19
덥석 덥석 고요도 마른 가지에 이력이 난 듯 싱싱한 햇살을 물고서 연두빛의 소란한 가지에 모두가 풀무질 화려한 여름이 봄의 꼬리를 덥석 문 아우성에 하늘도 피를 토할 제 그대의 등 뒤에 가을 그림자 길다. 시 2021.04.19
오진 봄날 오진 봄날 벼랑의 언덕쯤 겨울을 쫓아낸 자리 옷자락 여민 봄바람에 터진 웃음 압축 파일 해제된 꽃들의 결기 짧아진 봄날에 더욱 오진 봄빛 애당초 시린 만큼 진해지는 것 사랑도 착오만큼 진해진 봄날. 시 2021.04.11
라면考 라면考 얕은 가슴으로 면벽수도 탓이려니 깡마른 쇄골쯤에 고인 눈물 같은 육수 결대로 살지 못한 고백하기 싫은 사랑 배추김치 뒷장 빼 올리니 오롯이 틱발한 허기 발을 뻣네 적막도 참지 못해 컹컹거리는 밤. 시 2021.04.09
백목련 백목련 속삭이는 비에 말더듬이 봄바람 봉창에 귀밑머리 말리던 처자가 느릿한 잰걸음에 앞서려 다투더니 고요한 바다풍경 물끄러미 본다 바다를 요절낼 듯 달리는 보트에 표백한 하루가 휴지처럼 떨어진다. 시 2021.04.06
감꽃 감꽃 탱자나무 반쯤 걸린 비닐봉투 울던 날 살집이 두꺼운 제비는 경전 외듯 보리도 패기 전 그 고갯가 핀 허기 온통 초록으로 버무려진 떫은 밭 벌 나비 없어도 곡기가 부른다 살색 여린 몸피 아침햇살에 눈시리다 짚으로 엮이어 견디어 온 시간들 단물도 버리고 휑한 가슴이지만 아직도 별처럼 총총한 그 사랑. 시 2021.03.16
물메기국2 물메기국2 앵강만 내외하며 해금질하는 사이 표층수 조용히 내밀하던 바다 속 작은 눈 큰 입으로 물컹한 물메기 주모가 닭 잡듯 내리친 물메기국 시름이 다 풀린 우윳빛 사연으로 말하는 사랑 나에게도 있었지. 시 2021.03.15
개나리 말문 개나리 말문 겨우내 앙상한 가지 사이로 찬바람 흘려 보내더니 누군가 그녀의 말문을 트게 했다 동토에서 온 엄장이 큰 그들 완력도 무위로만 그치더니 비오고 미풍에 그만 댕기 풀었다 노란 적삼 입은 제비부리 지나는 나그네에 팔벌리고 말건다 나지막한 목소리 안부를. 시 2021.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