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민들레 도화상 같은 자유는 형틀같은 주차장 앞 콘크리트 틈새 깃털은 구름의 무게로 자유를 갈망한지 오래 중형차 무게로 쓰러져 간 빈집에 심지만 남겨 둔 여유 만끽한다. 시 2020.09.05
고세 고세* 향기도 지문도 문드러져 그냥 바람 따라 일렁이는 하얀 물결에 가려진 눈물이랑 감추고 고단한 척박한 땅에서 허기는 지웠다 고마워라 소 여물 지게 가득 지고 온 속도 없는 너를 고세 잊었다니. *그 사이라는 경상도 방언. 시 2020.07.19
화방사 일주문 화방사 일주문 게잣골 넘어 범종의 소리 미립자에 소나무 붉은 등걸도 귀 기울인 듯 돌계단 오르면 근심은 사라지나요 단청도 근심어린 수국 빛 꿈같은 천불전 무릎 꿇고 밤새 향 사르고도 얼마나 울어야 온화한 품에 안길까 시 2020.07.18
고양이 항변 고양이 항변 법당 안에서 조는 듯 기도 중인 듯 발톱을 감추고 묵언으로 순종 고상한 화엄경이라도 읽었나 백주의 절간에 뜬금없는 유혈이 고요한 대웅전 맥없이 죽은 다람쥐들 붉은 입술 핥으며 두 손으로 불공을. 시 2020.06.20
드무개 드무개 대양을 두 팔로 품고도 몸푸는가 보리암 독경소리에 유채꽃 번지니 근육질 미역에 소금기 꽃이 핀다 잔잔한 동이 속 고요에 어른거리는 귀 막고 눈 감아도 일렁이는 쪽빛 저마다 윤슬로 빛나는 고향이야기. 시 2020.06.19
베롱나무 베롱나무 석 달 열흘 배는 골아 퇴락한 선비의 망건 줄기로 폐가의 부지깽이로 살아 봄날이 왔다는 소식에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하고 꼿꼿이 빛바랜 적삼(赤衫)색 꽃 피기까지. 시 2020.06.13
망운산에 올라 망운산에 올라 명치끝 에려오던 그리움 절집에 두고 여적 본성을 깨우치지 못하고 마음의 갈피같은 갈래 길 오른다 새초롬 넝쿨들 고사리손 길잡이 얼추 고추 선 개망초도 웃음 짓고 두고 온 그 시간 걸망을 벗은 듯 도화살 구름도 마음을 비우고 점점이 섬들도 도란거리는 창해가 부르는 씻김굿 뭉실뭉실. 시 2020.06.03
남해시장국밥집 남해시장국밥집 세월이 눌러 붙은 묵직한 가마솥에 거대한 사골이 몸을 풀면 국밥이 좁은 골목을 기어간다 한 접시 수육에 “좋은데이” 한 병이 서로의 시름을 다 밝히는 살가움 꺼진 가게 백열등만한 눈물방울 접시가 비어가고 늘어난 빈병들 서로의 고단함이 눈 녹 듯 녹아 아침에 보.. 시 202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