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 가는 길 용문사 가는 길 앵강만 바람이 부도군을 지나니 구시통 반가우니 열린 피안의 길 떠난 이 달래는 지장의 물소리 해탈을 인도하는 독경인 듯 산비둘기 차밭 속 난삽함을 돌부처에게 염하듯 경전을 외고 가네 수질(首絰) 굵기 삼베빛 식솔들 가파른 길따라 애달픈 소리는 업보를 끌어안고 보공(補空)도 모자라. 시 2022.06.12
쥐오줌풀 쥐오줌풀 천장에서 밤새 축제로 요란하더니 피어난 누런 지도에 선명한 발자국 찐쌀 빛 함성 방안에도 피었다 언발에 오줌 누 듯 도랑가 처럼 작지만 모여서 피워낸 큰 봄 그렇지 이름이 사나워야 오래 살지. 시 2022.05.28
광어나 도다리나 광어나 도다리나 뭐라카노 백날 싸워봤자 맨날 가위눌림에 수 십 리 앞부터 낮은 포복을 한들 용왕 만날 일은 없제 눈 돌아갔다고 푸대접에 눈알 부라리지 마 모두가 쏘주에 마늘로 덕석말이 당할 처지잖아 시 2022.02.24
북변리의 달 북변리의 달 늙은 회화나무에 보름달 걸렸다 아직 동문안길 새미물은 군졸들 함성 소리내고 청해루 선비들 책장 넘기는 소리에 청빈한 자진모리로 오고있다 성터는 사라지고 담벽이 된 돌맹이들 음슴체 쓰는 사이 상설 시장 새벽 물고기도 달빛을 품었다. 시 2022.01.03
찔레순 찔레순 어머니 한숨 같던 긴 굴뚝연기 보리밭 곰배 먼지 속 뻐꾸기 소리 아련한 메아리 울리는 공복의 고통 촉새꼴 한 짐하고 우물물로 배채우다 옥양목 흰 꽃 속에 숨어자란 가녀린 고봉밥 사부작 그리운 순혈의 달콤함 출렁이는 배 어루만지며 새순 돋기만 기다린 밥투정은 살강에 매달고 가시들 어깃장 푸른 손톱 애절하다. 시 2021.12.23
조용한 봄 조용한 봄 햇살도 담지 못하는 북향의 봉창에 누군가 보내는 옅은 미소 실버들 무거워진 몸으로 두드린다 편의점 원두커피에 간질이는 햇살 한 모금 화분의 봄동 기지개 켜며 스트레칭 아기 손으로 다가온 조용한 한때 개망초 신난 양지쪽 논두령가 심지깊은 산수유 노란적삼 입을 채비 급하게 옷입는 소리 눈이 시리다. 시 202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