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봄날 화끈한 봄날 아따 그녀의 브레지어 같던 백목련 숨 막히던 어느 봄밤을 밝혔지 기어이 너무 짧았던 봄날은 갔지만 화끈한 여름은 속곳 없이 찾아도 눈 먼 봄도 봄이라며 손사래 치는데 아직도 총각이라며 너스레가 한 가득 밑진 과일값에 썩는 것은 버리고 오늘도 오십 총각, 국밥집 정분.. 시 2020.04.17
식탁 식탁 라면에 김치 종지 하나라도 웃고 싶은 마음에 이마를 짓찧으며 마른 귀를 떨구고 입은 다물었다 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면상에도 마음엔 황달이 오고 부음이 와도 맨발의 네 다리는 아직 성성하다 옹기종기 닿고만 싶은 밥상머리 저토록 저물도록 나 혼자 엎드리고도 삼시에 오.. 시 2020.04.17
헛간 헛간 떨어진 흙벽에 들어난 수수깡 그대로 고요마저 삭은 곳에 욱신거리는 닳은 괭이자루만한 바람만 드나들고 염천의 밭이랑은 저 멀리 식은 호미 곰배질 먼지는 뻐꾸기 울음 공명 여울진 큰 허기에 관절이 바스라진 시래기 줄기 한 생을 모으던 모로 누운 낡은 멍석에 각질이 수북하다 .. 시 2020.04.02
그 집 앞 그 집 앞 햇살에 여문 땅도 풀렸지만 언젠가 슬픔이 고였던 그늘에서 비둘기 눈이 번쩍 모이 찾는 오독인가 비뚠 자모를 세우듯 낡은 철학 책 탈색으로 바랜 제목에서 향기는 말 못한 우물거림 입안은 감 탄닌처럼 거칠다 그 봄이 세상에 마구 뛰어 다닐 때 맥박이 뛰고 운동화 끈 조인 나.. 시 2020.03.30
용문사 용문사 선인의 향기가 자색 안개다 봄의 기별로 녹차를 다리고 동생의 소식도 뜯지 않았다 산입에서 겨울이 물러가 듯 문밖에서 인연들이 돌아갔다 꽃 사태는 화엄천지 굽은 소나무도 경을 읽고 죽음도 잊고 싶다 계곡물에 발을 적시며 경계를 초월한 산짐승들이 마음을 쓰다듬네 무엇을.. 시 2020.03.28
토사물 토사물 골목길 군데군데 꽃이 피었다 육시랄 걸쭉한 욕설이 피어오른 또 다른 봄꽃마냥 컵라면 건더기 제 몸의 역린을 건드린 죄값일까 꼬인 매듭이 풀린 외길이니 세상아 한번쯤 속아 넘어가주게 간질거리는 봄날의 통증 풀어진 봉인 고통 없이 피는 꽃은 없겠지 처절한 세상의 아름다.. 시 2020.03.18
초봄의 기억 초봄의 기억 호롱불 기름 부으며 살아난 빛 죽어가는 사람도 이렇게 살아나면 좋겠다 그러던 어머니도 가시고 탈 없이 지나는 무심한 바람에 고개만 갸우뚱 거리며 내숭떨던 잔가지 바람이 준 연서에 절절한 사연이라도 몰아친 엄동의 기억은 잊었는가 곱게 연지 바르고 정분이 난분분 .. 시 2020.03.17
백목련 지고 백목련 지고 목이 꺾이고 참 어색한 만남이다 흐르다 만 물주름에 얼비친 자화상 순백의 손수건 되어 갈 길 바쁘다 화사한 진달래의 고고성 듣기도 전 봄볕따라 소환된 차가운 기억들이 파문의 행방과 맞춘 절묘한 몸사위 소쩍새 울음소리에 서녘하늘 물들고 떠나는 자식 가슴으로 묻고 .. 시 2020.03.15
주런이 주런이 밥 익는 냄새가 가장 좋은 향기지 능엄경을 읽으며 커피나 홀짝 거린다 세상의 진한 글귀는 마음을 잡지만 통속의 득달같은 화끈함에 헛꽃이 짧은 삶을 두고 혼돈의 삶은 소모지 말씀의 새밥을 두고도 삶의 허망함을 주런이 해도 떠나간 여인은 늘 그립고 심연에 묘연이 더한 밤비.. 시 202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