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호래기 참호래기 선술집에서 접시 위 참호래기가 인해전술로 덤빈다 어떠 영문인지 갈색 투구입고 먹물 뿌리니 가방끈은 길지만 어물전 망신이다 뼈대있는 가문의 곳간처럼 배속엔 쌀밥이 가득 안 아픈 열 손가락이 없다기에 고이 접어 통째로 먹물도 쌀밥도 함께 먹는다. *필자주: 호래기는 일반적으로 오.. 시 2010.07.28
그리움 그리움 술로 말끔히 씻어 낼 줄 알았다 커피 한잔으로 달래질 줄 알았다 천하장사 같은 힘으로 짓눌린 가슴 한 구석에서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지워도 지워도 잘도 살아난 넌 참 질긴 삶을 구석진 곳에서 잘도 살고 있다 강한 내성을 지닌 넌 그라목손도 이긴 칡넝쿨만큼 강하지만 서걱이는 갈대숲에서 .. 시 2010.07.11
자갈 자갈 발걸음에 걸리거나 햇빛에 몸 데우거나 바닷물에 씯기거나 기찻길에서 육중한 무게에 견디거나 홍수에 부서지는 아픔에도 굴러 다닌다 지나는 바람에게도 몸이 풍화되는 미라 낙숫물에 몸이 좀 먹는 부관참시에도 모난 돌에 맞지 않으려고 입이 없어 말 못한다 발이 없어 못 떠난다. 2010.06.23 17:08.. 시 2010.06.23
물건리 제비꽃 물건리 제비꽃 미인 눈썹같은 물건리 방조림 속에 혼자 열매맺은 제비꽃 꼬투리에는 다섯 알이 옹기종기 서 있다 대를 잇는다는 것은 결실로 흐른다 흘러온 것은 내려 보내야 하기에 누른 수의 입히고 염포는 여러 겹으로 몸둥아리를 꽁꽁 묶었다 비틀어진 미라로 관속으로 들어가도 끝내 말이 없었다.. 시 2010.06.09
적소(謫所) 적소(謫所) 천축에서 꿈을 꾸며 마늘종 같은 붓으로 샘물 위 석교 그리니 하늘 속을 누비는 팔선녀는 구름 속을 지나고 바닷물에 닳은 석교가 출렁이는데 그만 팔선녀와 희롱을 했지요 그러니 인과응보는 검은 글씨에서 춤을 추고 새롭게 태어난 나는 적소에서 막걸리 한 사발 다 들이키고 구름 위에서.. 시 2010.05.26
망운사에서 산길이 곧 해탈문이다 길섶의 가을 잡풀이 생채기내는 고행을 거치고 용서하리라 산닥나무 아파리 만한 욕심 오래된 석문이 성과 속을 가르며 우뚝 서있지만 오백나한 지키는 석등에는 해탈한 이끼가 먹빛 옷으로 붙어 있다 망운산으로 집나간 매미는 옴마니를 연신 외고 범접함을 허하.. 시 2010.05.25
앵강만 노을 앵강만 노을 일렁이는 파도에 구토하듯 쪽빛이 단풍에 물든다 잔잔한 파도에 붉은 빛은 한 없이 퍼져 간다. 한 점 섬은 주홍치마의 점점이 잔잔한 가을바람에 붉게 물들어간다. 여름에 맞은 푸른 상처도 잊고 섬들은 수평선을 여밀고 처음 보는 길손을 잡는다. 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졸고 있는데 바.. 시 2010.05.23
범종(梵鐘) 범종(梵鐘) 본성(本性)은 금강(金剛)을 보전하고 몸은 전륜(轉輪)을 본받는다 소리를 들으면 마음을 깨닫고, 꽃이 피면 과실이 맺히리라 천년만년 꽃다운 얼굴 보여주겠다고 누군가 금속으로 나를 키워놓았네만 그 흘린 땀이나 거푸집 조각칼이 돋움으로 비천(飛天)을 만들고 구름을 만들고, 명문(銘文.. 시 2010.05.23
노도에 가니 노도에 가니 작은 유리 알갱이 포말은 어디로 사라질까 인간의 깊은 속마음보다 얕은 물결 속 포말은 죽 끓는 듯하다 오래된 병풍선화 속 봉긋한 모습은 눈에 잘 들어온다 비리함을 애써 피한 쪽 푼 물은 가는 길을 막아서고 하늘에는 흰 포말이 뭉게뭉게, 지상의 포말보다 자유롭다 대양 위의 돌기가 .. 시 2010.05.22
서포초옥 서포초옥 바다 바람이 올라오니 초가지붕이 들석인다 좁은 입구의 동백 숨결도 잠재우니 때로는 너울에 잠긴 듯하다 다듬어진 주춧돌이 여실히 들어나고 밧줄로 동여맨 지붕이 흰 이빨을 드러내고 정객의 토막 난 상처가 그 자리에 묻어난 대패 자국이 상처 난 병든 몸을 어루 만진다 몸 깊은 생채기.. 시 201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