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운사에서

책향1 2010. 5. 25. 13:34

 


산길이 곧 해탈문이다

길섶의 가을 잡풀이 생채기내는 고행을 거치고

용서하리라 산닥나무 아파리 만한 욕심

오래된 석문이 성과 속을 가르며 우뚝 서있지만

오백나한 지키는 석등에는 해탈한 이끼가

먹빛 옷으로 붙어 있다

망운산으로 집나간 매미는 옴마니를

연신 외고 범접함을 허하지 않았다

속과 해탈의 경계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육신을 부여잡고 목어 눈과 마주치고

단청 빛으로 물드는 물푸레

망운산 그림자 길어진다

속을 넘은 성역 툇마루에는

흰 고무신 나란히 가시덤불

자만을 넌지시 나무란다

철쭉이 경계를 무시하고 범접하여

풍경소리 안으며 객기는 인간에게만

있는 것

바람같은 세월에게는

고개 숙이고 붉은 반점같은 육욕이 부끄럽다

어제 마신 술이 다시 나오려나

해우소 갈 길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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