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새 이름조차 아득한 고향 논에 벌써 무성한 보리 고랑 사이에서 왕성한 번식력으로 여성스런 그가 독새풀로 불리는 그가 그리운 건 종달새 울음과 소꼴 소쿠리, 봄날 곰배에 묻어나는 먼지가 순전히 이산가족처럼 보기 힘들어서다. *촉새(쏙새,똑새)는 표준어로 새의 일종이지만 경상도 방.. 시 2010.04.18
개나리 개나리 야광띠 두른 울타리 속 꽃망울 터지고 움 돋는 비명에 햇빛타고 내려온 참새들 화들짝 놀라 도망간다 치자물 들인 오징어 다리 튀김이 포도 위로 팔을 길게 뻗었다 마치 작은 새때들 군무처럼 집단 시위로 꽃샘추위에게 물러나라 경고하고 있다. 2010.03.25 19:01 남해 시 2010.03.25
목련 홑청같은 종이로 감싼 호롱불이 꽃샘추위에 파르르 떨고 있다 황사 자욱한 오솔길 곁에서 꾀죄죄한 흔적지우는 비에 시린 이파리 입덧하기도 전 떠나간 영혼 같은 불빛 밝히는 여심 이슬 머금은 얼얼한 이별의 아픔을 깨고 나오는 여린 저항의 손은 처녀임신 겨울지낸 널어둔 이불 호청 .. 시 2010.03.21
남해시금치 황금빛 물결이 지나고 온 세상이 하얗게 감싸인 날 늘 새싹으로만 가장 소중한 자리에 앉은 그대 겨울의 대나무처럼 푸르다 올곧은 줄기 없어도 이파리만으로도 충만한 절개로 내 자아를 뽐내며 인내한 엄동설한 붉은 입술로 환하게 웃는다. 노인들 굳은 손가락 사이로 불어오는 해풍 맞.. 시 2010.02.18
분재 꽃잎처럼 여린 나뭇가지 젖 먹던 힘을 다해 외치고픈 오만방자 현실에 순응을 강요하는 이기지 못할 폭력 철사줄로 비틀어진 척추 고요속에서 터지는 아우성 평생 길들여진 육신에 도리어 편안한 자유 인내로 내재된 순응의 아름다움으로 누구의 슬픔 나누고 있다 떠들썩한 세상 견디며.. 시 2010.02.13
흔적 대문이 쿵쾅거리며 화를 낸다 양동이 굴러다니는 소리가 쥐약 먹은 개꼴이다 취객이 지나가다 오줌 싸려나 비닐봉지 날려 다니는 소리 쿵쾅 대는 문짝 세워둔 빨랫대 넘어지는 화난 소리 싸움도 그만 둘 때인데 시정잡배의 격한 비명에 문 열고 보니 손도 발도 없는 바람 짓이다. 시 2010.02.11
성형수술 내밀한 사랑이고저 거친 처리는 사양하고 애무 받을 알몸으로 맨 날 뒤치다꺼리 하다 이제 정품 인정 헛되지 않을 한 방울 화학약품 바람에 홀연히 지워지지 않을 흔적 어루만지는 새로운 조물주 손 기다리는 고장 난 모니터 시 2010.01.31
가천 다랭이논 메마른 가슴 속 꼭 허파만한 논들이 설흘산 골짜기에 다리 놓았다 밥무덤이 인사하는 골목사이로 봉수대 연기 흩날리고 돌아서는 이내 마음잡고 선 암수바위 쪽빛 바다에 물든 담쟁이는 돌담을 기어오르고 급경사에 헐떡이며 나는 막걸리 단내는 날선 쟁기에 비춰보는 자화상 웅크린 여.. 시 2010.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