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리 제비꽃

책향1 2010. 6. 9. 16:51

물건리 제비꽃

 

미인 눈썹같은 물건리 방조림 속에 혼자 열매맺은

제비꽃 꼬투리에는 다섯 알이 옹기종기 서 있다

대를 잇는다는 것은 결실로 흐른다

흘러온 것은 내려 보내야 하기에

누른 수의  입히고 염포는 여러 겹으로

몸둥아리를 꽁꽁 묶었다

비틀어진 미라로  관속으로 들어가도

끝내  말이 없었다

몇 대 선조가 흘려보낸 유전자가

난관을 헤치며 지나는 것이 보였다

바다 안개 속을 헤매는 울음소리도 들렸다

금세라도 환한 웃음을 쏟아 낼 것 같은

농익은 꼬투리 명치 끝을 건드리자

알지 못하는 유전자로 실한 씨앗이 속닥거린다

햇볕 잘 드는 뒷산이 좋아

엉겅퀴 뿌리 내리면 왕성한 식욕에 자손번창이 어렵고

거친 청석 위에는 친구할 이끼도 없어서

꽃피우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그해 가을 밤

물건리 방조림에 아기 울음소리 그치질 않았다.

 

2010.06.09 16:51 남해

제1회김만중문학상 시부문 응모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  (0) 2010.07.11
자갈  (0) 2010.06.23
적소(謫所)  (0) 2010.05.26
망운사에서  (0) 2010.05.25
앵강만 노을  (0) 201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