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리 제비꽃
미인 눈썹같은 물건리 방조림 속에 혼자 열매맺은
제비꽃 꼬투리에는 다섯 알이 옹기종기 서 있다
대를 잇는다는 것은 결실로 흐른다
흘러온 것은 내려 보내야 하기에
누른 수의 입히고 염포는 여러 겹으로
몸둥아리를 꽁꽁 묶었다
비틀어진 미라로 관속으로 들어가도
끝내 말이 없었다
몇 대 선조가 흘려보낸 유전자가
난관을 헤치며 지나는 것이 보였다
바다 안개 속을 헤매는 울음소리도 들렸다
금세라도 환한 웃음을 쏟아 낼 것 같은
농익은 꼬투리 명치 끝을 건드리자
알지 못하는 유전자로 실한 씨앗이 속닥거린다
햇볕 잘 드는 뒷산이 좋아
엉겅퀴 뿌리 내리면 왕성한 식욕에 자손번창이 어렵고
거친 청석 위에는 친구할 이끼도 없어서
꽃피우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그해 가을 밤
물건리 방조림에 아기 울음소리 그치질 않았다.
2010.06.09 16:51 남해
제1회김만중문학상 시부문 응모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