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초옥
바다 바람이 올라오니 초가지붕이 들석인다
좁은 입구의 동백 숨결도 잠재우니
때로는 너울에 잠긴 듯하다
다듬어진 주춧돌이 여실히 들어나고
밧줄로 동여맨 지붕이 흰 이빨을 드러내고
정객의 토막 난 상처가 그 자리에 묻어난
대패 자국이 상처 난 병든 몸을 어루 만진다
몸 깊은 생채기가 깊은 문학의 향기에 묻어나고
너의 영혼, 세월이 깊은 시름 속에 묻혀간 400년
정파에 물어뜯긴 병든 몸 어머니에게 흘릴 눈물도
마르고 그보다 진한 바다를 바라 볼 힘도 없다
겨우 샘물하나로 연명한 효심이 움직일 수 없는 연민으로
서까래 훤히 보이는 천장 흙만큼 겨우 지탱해도
흙 속에 번져간 무늬가 희미하게 보일 때
마루는 곰삭은 인연을 이어 간다
적막함에 투명인간처럼 바람이
급하게 가묘 휘저어 내려오니 그 향기 쓸어가고
떨어진 문풍지는 늘 팔랑거리니
등잔 하나 누가 오나 내다본다.
2010.05.22 14:48 남해
제1회김만중문학상 시부문 응모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