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미역국 하릴없이 간 그곳 콘크리트 바닥에 갈라진 틈 사이로 벌레들 아랑곳 않고 정맥이 푸른 팔뚝 뜨거운 햇빛에 소금을 토한다 거센 풍랑에도 머리 풀어 헤치고 움켜잡은 실한 옥수수 뿌리로 창포물 감은 듯 미끈한 부동의 시간 고향의 물질 사이로 가물거리는 기억을 되새김 하며 외치는 자식들 이름 환생한 온몸으로 외치는 맛으로 내는 소리. 시 2021.07.22
H여인에게 H여인에게 원두커피라도 씹어 보면 씁쓸한지 금방 긇인 건지 가루라도 남겼는지 삼키다 곱씹을 건지 그냥 넘길 건지 쓸수록 마음이 부족하고 개미가 없어 표현력 부끄럽기 짝이 없네 언젠가 원두 대신 수제맥주도 좋아 맛있는 커피는 차지게 윤기가 있네 밤새 뒤척이며 안달하다가 거위의 배를 가르듯 뿌리째 뽑아 마음이 죽 끊듯 딴지 거는 날에 베란다 사운이는 달빛 어루 만지며 가녀린 시심 피토하며 그윽한 범종소리 씹었지. 시 2021.07.21
헐끈 헐끈* 조여야 사는 것이다 꼬리끼리 손을 쏙 잡는 것 담배 찌든 헐렁한 핫바지에 틈은 치사량 튀어나온 뱃살 육체 고문에 끊기는 자살행위는 그만 둬. *허리띠의 방언 시 2021.07.01
짧은 봄 짧은 봄 쪽진머리 댕기 풀 시간도 없이 또 친구가 떠났다는 늦은 부음을 접했다 떠난 줄도 모르고 인터넷이 알려준 생경한 더위 화사한 날을 기억하려 아둔한 댓글로 만개 꽃을 올렸다. 시 2021.06.10
용문사부도3 용문사부도3 낙엽이 우수수 또 삶을 준비하는 청명한 날 노스님 닮은 부도들이 양지뜸에 모여 있다 깊은 생각 오도송을 읊는지 볼이 불룩한 다람쥐 기도중 주위가 훤하다. 시 202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