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 연근 부처님 왔다가신지 한참 엎드리고 젖은 생 간척지 깊은 수렁에서 기계음에 놀랐다 뻘 속에서 핀 꽃에 젖 물린 골다공 햇 미꾸라지 새집 찾으니 날름거리는 햇살 쬐고 있다 반야심경 외고 있다. 시 2021.12.02
남변리 회화나무 2 남변리 회화나무 2 창공을 가르던 기개는 사라지고 허리에 깁스를 하고 늘 지팡이에 의지해도 바람결에 태질은 여전하다 길의 한 복판에서 홀로 과거를 묵상한다 성안의 선비들 글 읽는 소리 들려오고 행차하는 현령의 고각도 보았다 품 안의 아이들 소리 사라지니 되메에서 날아온 동박새 소설도 왼다 삭신이 쑤시지만 노령연금 같은 겨우 동제의 제삿밥으로 아직 밥은 먹고 산다. 시 2021.10.08
폐교의 유자 폐교의 유자 폐교 뒤 유자 나무에 달 걸린 듯 바람과 햇빛을 덮어 쓴 울퉁 불퉁 세상의 신고(辛苦)를 머금고도 훤하다 파도가 흰 손을 내밀고 몽돌이 구르는 하늘에서 엉키고 가시에 찔릴수록 외투는 두터워 지고 속살을 다진다 하늘을 헤엄치며 외로움 이기고 땡볕도 속으로 움켜잡고 매달려야 사라진 아동들 꿈을 달인 맛이 난다 시 2021.09.18
파적(破寂) 13 파적(破寂) 13 고요한 새벽녘 편의점 입벌리고 직원도 계산대에 엎드려 있고 묵상에 잠겼던 커피기계 시끄럽다 볶거나 압착하거나 두꺼운 종이 잔에 뼈가 있는 물컹함 흐르는 소리 “맛있는 커피가 준비되었습니다”. 시 2021.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