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시골버스 타기 전 돼지 같다는 말이
38년이 지난 시간에도 왜 머리에 맴도는지 모른다
내가 돼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엉덩이 부분이 떨어진 쑥색 하복이 못내 부끄러웠다
이웃집 나이 많은 누나 오늘도 바지 좀 다리지
그래서 숯불 날려 빵꾸 나는 후라이판으로
내 마음의 가지를 열심히 비볐다
뭐 그래도 효과 없는 메아리
먼지 날리며 달리던 버스 뒤 칸에서
보이던 남매 모습
애 놓다 죽은 영문학과 3학년 동생이 오빠 눈에
맺혀 그래도 뭐 첫사랑인 줄 알았다
모심으로 가며 탱자나무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어린 조카만 부둥켜안은 어리석음을
이제 와 탓 하는 미련함을 뭐라 하리
소심함으로 범벅이 된 내 열등감으로 미약했지만
60이 다 된 이 나이에
아직도 처녀로 남아 혼자 사는 못생긴 그녀가
돼지인 나에게 꼭 죽은 내 누이 혼백 같다.
2010.09.14 03:17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