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책향1 2011. 1. 5. 12:20

빈방


쌀가마니가 대 여섯 개 포개져 있고 그 사이에 소주 댓 병이

술잔을 뒤집어 쓴 채 있고 소금 안주는 투바리에 담겨 있다

벽에는 색 바랜 신문과 국회의원 후보의 한 장짜리 달력이 붙어 있다.

공비가 잡히고 구호만 허황한 고향 산이 누워있다

흙 구들 틈에서 새어나오는 최루탄만큼 지독한 군불 연기는가 나오고

짚으로 이갠 벽에서 찬바람이 튀어나오지만 몇 시간 동안이나

자욱한 오감으로 살아나는 센스가 작동하여 마른기침을 하게 한다

땀 냄새 나는 이불이 쥐똥 냄새와 범벅이 되어

싸늘한 육신에 짚단으로 군불 지핀 열기가 구멍 난 문풍지에 쌓여 가만히 

오랫동안 잠겨 있던 마음의 문을 연다. 잠시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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