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월 푸른 정맥 새순이 생경하다 결기를 세우다 설레발 꽃잎 지고 덜 야문 몸으로 숨을 헐떡이다가 이때다 싶다 하릴없던 그 시절 내 서재 하얀 종이가 바래도록 게을러 읽지도 못한 채 낡은 책. 시 2021.08.29
모교 모교 대니산 어귀에 잠자던 폐교 하나 못골에서 비둘기 소리 구석구석 잘려진 포플러 나이테 선명하다 잡초가 우거진 운동장 흩어진 잔별들 강아지풀 얼굴 부비고 소리못 잔잔하고 마른 기침같은 여운 긴 풍금소리 아직도 꿈을 꾸는 향나무 뒤로하고 경첩만 남은 부처같은 교문에 운동회 어머니 부르는 소리 걸렸다. 시 2021.08.26
고목의 독백 고목의 독백 십 년도 넘게 짝사랑했었지 고백은 커녕 혀에 마뜩지 못해 건조한 목소리에 몸에는 좀이 슬고 오롯이 널을 뛰는 햇살은 되려 야물딱진 교훈을 주지만 가슴엔 피가 흥건하다 색바랜 낙엽들이 끝났다며 앙기는 날에 잊혀지기 힘든 이름 석자 오지다 혼자만의 명분으로 혓바닥에 척 감기는 일 일뿐 노을에 모로 누워 흔들리며. 시 2021.08.23
곡포보성2 곡포보성2* 그 기상 500년 장대(將臺)에 머물지만 오래된 우물이 왜놈의 양조장이었다니 요해지(要害地) 곡창(穀倉)이 혀를 차고 호구산 기슭 세운선 오간 굴강 잠들고 무너진 성벽 안 느티나무 창을 드니 귓전에 병졸(兵卒)들 함성 푸른 파도 철석인다. *남해군 이동면 앵강만에 있는 성. 시 2021.08.22
꽃밭 소묘 꽃밭 소묘 봉숭아 기여이 살점이 떨어진다 채송화 낮은 자세 분꽃 야물딱지다 울담에 줄장미 오롯이 널을 뛴다 혈색이 좋지 않아 발등에 삶을 접은 은은한 조화로움 눈여겨 보지 않아도 오히려 대견한 맨드라마 벼슬 비루먹은 장닭 족제비가 노리니 번뇌도 있으니 보리가 있겠지. 차례로 지는 살점들 인생 닮았다. 시 2021.08.19
꽃밭 소묘 꽃밭 소묘 봉숭아 기여이 살점이 떨어진다 채송화 낮은 자세 분꽃 야물딱지다 줄장미 오롯이 널을 뛴다 오히려 대견한 맨드라마 벼슬 타작 먼지에 비루먹은 장닭 족제비 번뇌도 있으니 보리가 있겠지. 시 2021.08.17
가로수 하나 가로수 하나 비포장 도로 옆에 창공을 움켜쥐고 전쟁통에 총알박이로 살아남고 태풍에 가지 몇 개 찢어지는 아픔 연륜에 몸통 커다란 골다공증 휑하니 길가의 정착민으로 뿌리내린 붙박이들 시퍼런 손바닥 아직 바람에 그네 타지만 한평생 말없이 야물딱지게 살아도 비루먹은 도로 확장에 정리해고 통지 같은 선연한 기계톱 소리 그참 요란하다. 시 2021.08.10
파적(破寂) 9 파적(破寂) 9 어머니 밭에서 돌아와 두건으로 온몸을 탈탈 턴지도 어제 일 고요한 정지 쌍희자 대접도 누웠다 이빨빠진 간장종지 몸을 움츠리고 가마솥 무게를 한참 잡았다 아궁이 식으니 고요가 배부르다 부스스 동이 터고 나무꾼 부르는 소리에 살강 위 주발 깨지는 소리 쥐새끼 한 마리 급하게 은신하며. 시 2021.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