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계 바늘 같은 긴 빌딩의 그림자 떨어지는
편의점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서
꽃잎이 팝콘처럼 나른하게 떨어지는 오후가
“좋은 데이” 소주 한 병 비튼다
오래된 단벌 양복에
때 묻은 빨간 넥타이 색깔같은
선명한 이력서 위로
떨어지는 급전 대출 명함
퇴근 길 말쑥한 양복들의 관중석에서
한 번도 좋은 날이라고 없던
거듭 헛걸음에 삐딱하게 닳은
구두 뒤축에서 들리는 돌멩이 소리 크고
고개 돌린 유리창에 비춰진 씁쓸한 자화상
흰머리에 굵은 주름 사이로
미간 찌푸린 초승달이 눈물 찔끔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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