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똥 싼 흔적이 거미줄에 걸린
이불 펴고 있는 잔디밭 언저리
낡은 갓 쓴 할배 담뱃대로 맞은 자욱 시퍼렇게 나
칠 일어난 호마이카 상에 지친 회화나무 젓가락처럼
가지런히 누웠다.
관속의 유물에 든 햇살에
색 바랜 밥보자기 속의 식은 밥에
조개 국 돌 씹히는 고통을 참는 할배는
낡은 갓 만큼 세월을 씹었다
10년 지난 먼지 털어내며 따닥거리는 보릿짚으로
흙 아궁이에서 소죽 삶고 개다리소반과 친구한다
찌직거리는 금성 라디오는 먼지 덮어 쓰고도 잘도 목소리 내며
이빨 없는 턱으로 거친 밥알을 흘리지만
어디로 들어가는 지도 모를 밥 숱 가락은 붓 잡은 손만큼 빠르다
짚 잘라 바른 벽 사이 들어온 바람으로 먹었는지
내의로 만든 행주에 닦였는지
여름 내내 죽어라 뽑아낸 잡초보다
질긴 이파리 보면
구석기 유물을 간직하며
아직 철이 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