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2

책향1 2009. 10. 30. 11:07

 

 

 

여기저기 똥 싼 흔적이 거미줄에 걸린

이불 펴고 있는 잔디밭 언저리

낡은 갓 쓴 할배 담뱃대로 맞은 자욱 시퍼렇게 나

칠 일어난 호마이카 상에 지친 회화나무 젓가락처럼

가지런히 누웠다.

관속의 유물에 든 햇살에

색 바랜 밥보자기 속의 식은 밥에

조개 국 돌 씹히는 고통을 참는 할배는

낡은 갓 만큼 세월을 씹었다

10년 지난 먼지 털어내며 따닥거리는 보릿짚으로

흙 아궁이에서 소죽 삶고 개다리소반과 친구한다

찌직거리는 금성 라디오는 먼지 덮어 쓰고도 잘도 목소리 내며

이빨 없는 턱으로 거친 밥알을 흘리지만

어디로 들어가는 지도 모를 밥 숱 가락은 붓 잡은 손만큼 빠르다

짚 잘라 바른 벽 사이 들어온 바람으로 먹었는지

내의로 만든 행주에 닦였는지

여름 내내 죽어라 뽑아낸 잡초보다

질긴 이파리 보면

구석기 유물을 간직하며

아직 철이 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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