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들은 중년으로 세월을 밴
뱃살이 두둑하다
장 담그던 손은
멀리 갔어도 오래된 자장면 빛은
정좌하고 있다
원색 고추 구름 띄워 금방 맛 든
내 나이보다 많은 세월의 곰삭음에
초대받지 않은 흰 곰팡이가 만드는 외연
처마 밑 화학적 풍경에
잦아던 으스름한 달빛은 놀라 도망가고
세월을 인 굼뱅이
움직이지도 않고 침묵하는데
뭐 심심한 부류들 쉽게 깨지는 아픔을
순간의 희열로 즐긴다.
가을 정취를 녹인 속으로
윤기나는 먹빛 옷 단장하고
누가 가방 끈이 긴지 올망졸망 갓 쓰고
서로 내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