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책향1 2009. 10. 6. 13:18

 

 

염해로 무덤처럼 돋운 척박한 땅에서

모과는 단단한 근육질 자랑하며

제멋대로 계절을 일군다

 

지천명을 넘기고 머리 염색한 녀석들이

부끄럼을 잊어버리고 모과주를 담그라고

블루스를 춘다

  

물기 빠진 녀석들

회춘은 어려운데 못난 벌거숭이로

마른 장작 쪼개지는 낭랑한 목소리는

 

바싹바싹 한 고목에 원색 꽃을  피우려

마지막  이슬도 깨끗이 비운다

 

가을햇살로  침이 고이지만 

신물 넘긴 지꺼기도 꾸역꾸역 삼키고

근엄한 감색 양복에 감춘 몸 둥아리

팬티도 입지않고 노란 궁둥이 내밀고 

 

풍찬노숙 한 모습으로 잔디밭에 굴러

못난 이빨 사이로

덧없는 신산함이 배어나오는

모과는 오줌 찬 고추만큼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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